리비아 대수로 1단계 마무리/최원석 동아그룹회장(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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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외건설 「원청시대」열어”/대형 콘크리트관 22만개 묻어/미 리비아공습때 자재난 긴장
리비아 대수로공사는 최근 침체돼온 국내건설업계의 해외진출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보인다.
준공식 참석을 위해 현지에 체류중인 최원석 동아그룹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36억달러에 이르는 1차 대수로공사 과정과 향후전망 등을 알아보았다.
­이번 공사가 갖는 의의는.
▲한국건설업체의 신뢰감을 쌓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특히 국제건설시장에서 하청업체시대를 마감하고 원청시대를 본격 개막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사에는 우리의 하청업체로 일본·영국·스위스등 10개국에서 24개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했다.
­시공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공사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낯설고 까다로운 기술이 요구됐다.
길이 7.5m,직경 4m의 콘크리트관 22만본을 깊이 7m로 이어묻는데 연결부위 오차가 1㎜도 허용되지 않는 공정이었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관은 평균누수율이 10%안팎인데 우리는 이를 제로로 만들었다.
­리비아의 작업환경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정치와 경제가 엄격히 구분돼있고 대수로특별법까지 만들 정도로 정부·국민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을 느낄 정도였다.
물론 기후·자연조건이 다르고 말과 풍습이 낯선 곳에서 장기간 시공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나는 가능하면 많은 시간 현지에 머무르려고 했는데 7년여동안 60여차례 찾았던것 같다.
­인력·자재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는가.
▲우리 직원보다 제3국인력이 50%정도 더 많이 투입됐는데 임금은 싸지만 문화적 차이 등으로 작업능률은 아무래도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시멘트·모래 등은 현지매장량이 풍부해 문제가 없었으나 이를 섞을 물이 없어 가장 먼저 시작한 공사가 자체 공사용 우물을 파는 것이었다.
­공사대금은 어떻게 받았나.
▲공사진행정도에 따라 1주일∼한달단위로 달러 75%,현지화 25%의 비율로 받았다.
36억달러중 지금까지 1천2백10차례에 걸쳐 32억달러를 받았고 나머지는 유보금과 2단계연계시공대금 등으로 남아 있다.
2단계때는 환차 위험을 고려,달러·독일마르크·엔화·한국원화·현지화등 5개국 통화로 분산시켰다.
­시공중 미국의 대리비아 제재조치·중동전등이 있었는데.
▲86년 미국의 폭격때 직접피해는 없었으나 자재조달이 일부 막혀 가장 긴장했었다.
금년초 걸프전때는 리비아가 철저히 중립을 유지,별 문제가 없었다.
­대수로 공사의 남은 3∼5단계 수주전망은.
▲1단계 시공에서 성실성과 기술수준 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상당히 유리하다고 본다.
인도가 낮은 임금을 앞세운 덤핑공세를 펼 것이 예상되고 동유럽 업체들의 움직임도 예상되고 있으나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임하면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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