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자서전 『고백』국내 서점가서 뒤늦게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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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소련의 「3일 쿠데타」가 낳은 세계적 영웅 보리스 옐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15개월전에 나온 그의 자서전 『고백』이 뒤늦게 인기를 끌고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조영환소장이 번역하고 도서출판 하늘땅(대표 박형규)이 지난해 5월 발간한 이 책은 당시 고르바초프의 그늘에 가려 있던 옐친을 반영이나하듯 페레스트로이카와 고르바초프를 소개한 책들에 파묻혀 최근까지도 빛을 보지못했다.
그러나 옐친이 보수세력의 쿠데타를 좌절시키는테 결정적 역할을 함으로써 소련 개혁의 새로운 기수, 소련 권력의 실세로 떠오르자 이 책의 인기도 급증, 독자가 많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출간된 옐친에 대한 책으로는 유일한『고백』은 옐친이 89년3월 모스크바시 인민대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후 같은해 8월 선거기간중의 일을 중심으로 자신의 지나온 발자취들을 기록한 것. 문제가 산적한 소련 정치실상을 내부에서 처음 파헤쳐 소련에서는 발간되지 못하고 영국·일본등 해외 9개국에서동시 출간, 베스트셀러가 됐었다.
이 책에서 옐친은 자신이 결점많은 「보통사람」으로, 성격은 까다롭고 외고집이며 거짓을 싫어한다고 쓰고 있다.
그의 이같은 성격은 87년10월 당중앙위 총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정치국후보위원이었던 그가 갑자기 정치국 위원들의 특권행위를 하나 하나 비판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옐친은 다음달 공직에서 해임된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있기 전부터 그는 정치국 내부의 고르바츠프를 서기장 자리에서 몰아낼 쿠데타가 일어날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 소문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나는 고르바츠프를 옹호하는 투쟁을 벌일 것이다. 나의 영원한 「논적」인 그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옐친은 이와 동시에 고르바초프가 초기의 명쾌함을 잃고 갈수록 우유부단한 사람이 되어간다고 비판한다. 그는 고르바츠프가 이같은 중대한 결점을 깨닫지 못할경우 자신이 내린 불철저한 방침들 때문에 자멸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이다.
옐친의 왼손에는 엄지와 검지가 없다. 2차대전 당시l0세 전후였던 그는 호기심을 못이겨 수류탄을 분해하다 두 손가락을 잃었다고 밝혔다. 어린 옐친은 수류탄을 구하기 위해 마을 근처병기창고 경비병의 눈을 피해 3중 철조망을 넘고 창살을 톱으로 썰어내는 모험을 감행했다는 것. 그의 용기와 뚝심을 잘 설명해 주는 에피소드라 하겠다.
소련 개혁의 새로운 기수로 떠오른 옐친. 그가 들려주는 지난날의 이야기들은 그의 갑작스런 부상이 결코 행운이 아님을 확인시켜 준다. <최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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