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 LCD 크기, 1인치 자존심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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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크기'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은 세계 최대인 57인치 TV용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를 개발해 27일 선보였다.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천안공장의 생산라인에서 만들 수 있는 최대 규격으로 LG필립스가 지난달 초 개발한 55인치보다 2인치 크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17인치부터 57인치까지 7종의 제품을 다양하게 갖추게 됐다.

이에 앞서 삼성과 LG필립스는 2002년 10월에는 40인치대 제품을, 지난해 12월에는 50인치대 제품을 같은 달에 내놓으면서 신경전을 벌여왔다. 두 회사는 생산설비 분야에서도 천안과 파주에 대규모 생산단지 건설에 나서는 등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두 회사가 크기 경쟁을 벌이는 것은 '크기=기술력'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큰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명암비와 휘도, 색 재현 등 관련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1인치의 차이가 회사 이미지나 마케팅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크기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005년께에는 90인치대 제품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 김상수 전무는 "이론적으로는 90인치까지 내놓을 수 있지만 주요 부품 및 설비 등 기술적 한계로 당분간 60인치의 벽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과 LG필립스를 제외하면 샤프의 37인치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제품이다.

LG필립스 관계자는 "두 회사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왔다"며 "한국의 두 업체만 50인치대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것도 경쟁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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