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 뿌리를 뽑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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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요사이 정치권이 조금 안정되는가 했더니 대학인, 그것도 총장이나 재단이사장까지 연루된 최악의 탈법행위가 터져 나와 대학의 마지막 남은 권위마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여기에서 지성과 양심의 보루이어야 할 대학의 권위가 추락한다는 단순한 위기의식보다는 또 다른 정치사회 불안의 씨앗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우려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리의 과거 경험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5공시절부터 학원의 소요사태와 그에 따른 정치투쟁은 물론, 정부가 대학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데 따른 반작용과 비민주적인 정치제도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나타난 것이지만 표면상으로 대학재정운영의 비리에서 비롯된 예도 많았다는 것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재단이나 학교당국의 약점이 대학의 권위를 떨어뜨림으로써 학생들의 도전 대상이 되었고 그 여세가 때로는 과격한 정치투쟁의 고리로 연결되어 폭발했던 것이다.
불과 수개월전의 강경대군사건도 소속대학내 문제에서 발단하여 공권력이 개입하는 과정에서 강군이 사망함으로써 정치적 위기상황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다.
그 대가는 수많은 젊은이의 생명을 앗아갔고 부상자를 양산한 것으로 나타났을 뿐 아니라 영어의 몸이 되게 했다.
이 금전적인 비용은 그 외의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지불한 다른 비용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다. 학내문제에서 발단된 강군사건은 이 사건을 이용한 극단적인 세력들의 무모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모처럼의 노력으로 얻어낸 지방자치 의회선거에 왜곡된 영향을 끼쳤다.
강군사건에 이어 발생한 총리폭행사건이 함께 민심을 이반시켰고 일부 학생그룹과 젊은 층이 선거를 보이콧함으로써 광역선거에서 최소한의 여야의석의 균형마저 깨뜨려 버리는 결과를 빚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국민이 앞으로 지출할 비용은 얼마가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건국대 입시부정사건같은 큰 약점의 노출은 이유야 어디에 있건 언젠가는 일부 학생세력으로부터 대학들이 강력한 도전을 받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
그러한 도전은 정치불만과 연결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 정부는 미봉책의 수습이 아닌 종합적인 현명한 수습과 함께 예방조치까지 취해야 한다.
그것은 일개 대학문제 차원을 이미 떠난지가 오래인만큼 나타난 문제에 대한 엄정한 법률적 적용과 함께 사학전반에 대한 원인제거를 위해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들도 방법상의 과오를 인정하고 자정자구의 노력으로 시간을 두고 실추된 대학의 권위를 회복하는데 대학마다 함께 뭉쳐 거듭나는 노력을 해야한다.
국가이익에 봉사해야할 대학이 국가를 해치는 대학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되겠기 때문이다.
김홍권<작가·서울마포구창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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