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변사자는 타살”/문국진박사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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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대양 공장장 사인 뒤집어/목 뒷부분에도 조른 흔적/전원 타살가능성 뒷받침/상황 종합검토한 저서서 밝혀
검찰의 오대양사건초점이 살해·암장부분에서 87년 32명 집단변사사건 사인규명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 법의학연구소장·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장을 역임한 법의학계의 최고권위자 문국진 박사(66)가 금명간 시판 예정인 자신의 저서에서 집단변사사건 당시 마지막으로 숨진 이경수씨(당시 44세)의 사인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며 자살로 위장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려 충격을 주고 있다.
오대양 용인공장장이었던 이씨는 당시 천장에서 목맨채 발견됐고 경찰·부검의들은 이씨 등이 31명을 목졸라 살해한뒤 이씨가 맨마지막으로 목매 자살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문박사의 결론처럼 가장 나중에 숨진 이씨가 타살됐다면 변사사건에 제3의 인물이 개입했고,결국 32명 전원이 타살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문박사는 자신의 법의학 경험을 토대로 저술한 『강시·강시』라는 책에서 「혼동되기 쉬운 의사와 교사」라는 제목으로 이씨의 사인을 자살을 위장한 타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박사는 우선 당시의 수사기록과 시체 사진·감정서 등을 토대로 이씨의 시체에 ▲색흔이 목 뒷부분까지 뚜렷하고 ▲설골이 부러져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스스로 목매 자살한 경우(의사)체중이 끈에 실리는 순간부터 사람의 몸이 밑으로 늘어져 대부분 목 앞쪽에서 귀 방향으로 U자형 흔적이 생기며 설골 골절도 자살의 경우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박사는 시체사진을 실물크기로 확대,왼쪽 목 윗부분에 나타난 뚜렷한 줄의 흔적과 바로 아랫부분의 희미한 흔적등 2중색흔의 의문을 풀기위해 당시 사용됐던 천을 꼬아 만든 줄을 목의 굵기와 같은 돗자리에 매달고 실험을 거듭했다.
그 결과 올가미에 목을 넣고 그대로 늘어지게 한 경우에는 올가미와 목 뒷부분에 틈이 벌어져 2중색흔이 나타나는 것은 절대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올가미끈의 한쪽끝을 잡아당겨 죄었을 경우(교사) 이씨의 목에 남아 있는 것과 같은 모양의 2중색흔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문박사는 이같은 실험을 토대로 『이씨의 목뒷부분에 생긴 2중색흔은 목을 올가미에 넣고 늘어져서 생긴 것(교사)이 아니라 목에 감겨진 끈을 누군가가 죔(교사)으로써 생겨날 수 있다』며 『따라서 이씨의 사인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며 그뒤에 자살한 것처럼 위장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후학들에게 참고가 되도록 하기 위해 이를 소개했다는 문박사는 5월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뒤 오대양 집단변사사건이 다시 문제가 되자 출판사에 대해 『학문적 입장에서 사실을 증명했으나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된 만큼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기위해 이 부분을 책에서 제외시킬 수 없겠느냐』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김종혁·김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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