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달려오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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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몇년 사이에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여러 나라들의 경제적 파탄을 지켜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모든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인상을 받고 있다. 특히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에서 생활물자의 부족으로 인해 국민들이 상점마다 길게 줄지어 서있고, 비누나 화장지조차 모자란다는 뉴스를 들을 때면 모든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되고 있다고 생각될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한중우호사절단의 일원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그동안 우리가 중국에 대해서 너무나 무지했고 큰 오산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중국은 다른 동구의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쉽게 몰락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꾸준한 개혁과 개방을 통하여 머지않아 우리 경제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중국경제는 농업부문의 성장을 통해 절대빈곤의 경지를 벗어나 최소한 식생활에 있어서는 여유를 가지기 시작했다.
과거 우리 경제가 공업화를 통해 보릿고개라는 절대빈곤의 상황을 극복한 것과는 대조적인 것으로 중국은 공업화 이전에 농업의 개혁과 발전을 추진했던 것이다.
특히 1972년 이후에는 집단농장을 해체하고 책임생산제를 실시하여 과거까지 국가소유였던 토지를 임대형식으로 농민들에게 나누어주고 농민들은 수확물의 일정비율만을 국가에 헌납하고,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시장에 팔수있게 함으로써 식량생산이 급격히 증대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오늘날 중국이 식량문제를 해결할수 있게 한 초석이 됐을 뿐만아니라 동시에 사회주의속에 시장경제의 개념을 도입한 첫걸음이었다.
중국에서는 시장경제의 원리가 아직은 소규모의 형태이나 다양하게 진행되고있다.
예를들어 시장에 가면 우리의 시장과 같이 저마다 길에 나와 손님을 불러들이는 1평 또는 2평 규모의 소규모 상점이 있는가 하면, 50여명을 고용하여 제품을 만들어내는 공장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중국의 1인당국민소득은 3백달러미만으로 우리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뒤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들이 농업발전을 통하여 식량문제를 해결했던 노력을 이제 공업화로 점차 돌리려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한다.
11억명이 넘는 많은 인구에다 사회주의체제하에서 정부가 결정하는 매우 낮은 임금수준 (현재는 월50달러 수준), 여기에 더하여 시장경제의 이윤동기를 한껏 고취시킬때 중국경제가 공업화를 통해 급속한 성장을 이룩할수 있으리라는 예상을 쉽게 할수있다.
특히 저렴한 임금의 노동력을 대량으로 필요로 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에 치중할 것이며 이는 자연히 우리경제의 노동집약적 산업에 대해 매우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 전망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지금 봉제산업이나 신발산업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노동집약적 산업에 종사하는 우리의 기업인들에게 중국을 한번 돌아보고 과연 중국인들과 그분야에서 경쟁할수 있겠는가를 냉철히 분석해보라고 권유하고싶다.
80년대초 우리경제가 급속히 성장할때 외국 경제지에는 『한국인이 오고 있다』는 제목하에 우리 경제를 분석하고 경계하는 기사를 많이 실었었다. 이번에 중국 경제를 돌아보고서 내린 결론은 한마디로 『중국인이 뛰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금 우리 뒤를 바싹 뒤따라 달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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