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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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몇차례 서울공연때마다 호평받았던 부산「연희단거리패」의『오구-죽음의 형식』이 강남연극팬을 위해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 다시 올려진다. 3일부터 12일까지(7일 공연없음)매일 오후7시30분.
『오구…』은 동해안지역 굿거리와 밀양 백중놀이등 우리 고유의 연희양식을 풀어헤친 다음 서구연극적 틀에 맞춰 재구성한 독특한 작품으로 가슴속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민족적 정서를 자극한다. 특히 민족정서중에서도「죽음」을 희화화하는 사생관을 다뤄 정곡을 찌른다. 서구적 관념에 젖어든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도전적이기도 하다.
그래서『오구…』은 외국공연에서 더 충격적인 저력을 발휘해왔다. 이번에도 7월14일까지 독일 에센에서 열린 연극제에서 유럽인들에게 갈채를 받고 왔다.
죽음이후를 신의 세계로 믿어온 서구적 관념의 소유자들에게 죽음이후 역시 인간세계와 같이 취급하는『오구…』의 내용은 신기하고 흥미롭다.
죽음을 기뻐하는 산자들의 초상치레는 철저히 비꼬아진다. 상주가 곡보다 화투판에 몰입하고, 넋을 데리러온 저승사자는 과수댁과 눈맞아 정사를 벌인다. 우리의 일상과 무관하지 않은 노골적 묘사가 생생하면서도 끈적끈적하게 객석을 휘감는다.
지방극단으로 세계무대를 누벼온「연희단거리패」의 배우들은 철저한 프로의식으로 무장돼있다. 박은홍의 박수연기, 배미향의 무녀연기는 전문무인으로 착각할 정도. 리더(꼭두쇠)인 이윤택씨가 극작·연출했다. (571)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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