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파업' 앞둔 의사들 생각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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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를 '나쁜 놈'으로 몰아붙이면서 자존심을 긁고 통제를 강화하는 정부 태도가 문제지…."

서울 관악구에서 내과의원을 하는 의사 Q씨는 의료법 개정안 얘기를 꺼내자 화부터 냈다. 그의 불평은 낮은 진료비(수가)로 인한 경영난, 너무 복잡해 병원 실무자도 알기 힘든 건강보험 적용 기준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6일 예정된 휴진과 집회에는 참여하지 않을 참이다. 그는 "반대는 하지만 무조건 휴진하면 여론만 더 나빠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의료법 개정을 둘러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집행부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의협 집행부와 현장 의사들의 목소리에는 다소 간극이 있었다. 반대는 하지만 무조건 투쟁하기보다 대안을 내놓고 차분하게 논의하자는 것이다.

◆커지는 정부.의협 갈등=서울.인천 의사회는 6일 오후 부분 휴업을 강행하고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일부 병원에는 5일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이날 의료법 개정 절차를 예정대로 밟아가겠다고 밝혔다. 노연홍 보건의료정책본부장은 "의료법 개정시안에는 환자의 편의 증진과 의료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도 많다"며 "대화는 계속하겠지만 전면 백지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 대안 내놓자"=서울 은평구 명인의원의 최상철 원장은 6일 휴진할 생각이다. 최 원장은 "환자들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정부 방침대로 개정되면 결국에는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어서 휴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약'이니 '간호 진단'이니 하는 용어 사용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숨은 뜻은 의사의 진료권을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개정안의 내용을 상세히 모르는 의사도 있었다. 의협이 개정안 실무작업반에 참여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지만 이 문제가 의사 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달 중순부터였다.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하는 한 의사는 "휴진하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별로 관심이 없다"며 "하루 쉬는 게 만만치 않은 (경제적)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젊은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파업 투쟁보다는 생산적인 논의를 제안했다.

이학승 회장은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분명히 반대하지만 반복적으로 집단 휴진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사들의 의견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의협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대응법"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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