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냉정할 필요있다/박의준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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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침체의 늪에서 허위적거리던 증시가 최근들어 각종 신기록을 쏟아내며 쾌속항진을 계속하고 있다.
증시가 이젠 회복단계를 넘어 과열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적잖은 투자손실을 감내해야 했던 많은 투자자들은 모처럼 얼굴이 폈고 『증권은 이제 한물갔다』며 주식을 팔아치우고 증시를 떠났던 사람들도 속속 되돌아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럴 때 생긴다. 자고나면 치솟는 주가를 보고 주식투자에 대한 욕심을 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기업의 내재가치나 성장 전망은 무시한채 『무조건 사고 보자』는 투기(?)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는 상황이다.
사실 그동안 주가는 큰폭으로 떨어졌었다.
물론 국내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나쁘고 기업의 성장이 지지부진한데 주가만 오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내 기업의 주가는 상당폭 저평가돼 있고 이 상태에서 자본시장이 개방되면 애써 가꾼 성장의 결실을 고스란히 외국사람에게 넘겨주는 우를 범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가에 재를 뿌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과거 주식시장의 부침을 통해 얻은 교훈을 되새기면서 현재의 증시를 대하는 마음을 다스리자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한때 종합주가지수가 1천선을 넘어 너나할 것 없이 「고주가시대」를 맞으리란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때 각 증권사나 내로라하는 증권전문가들은 『주가가 1천4백까지는 갈 것이다』는 장미빛 전망을 서슴없이 내놓았다. 이를 믿고 많은 투자자들이 뒤늦게 주식에 뛰어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많은 사람들이 상투를 잡아 적잖은 손실을 맛봐야 했다. 당시 과열조심을 뒤늦게 감지한 증권업협회에서는 『증권은 자신의 판단과 책임아래』 등 슬로건을 내놓았지만 이는 사후 약방문에 불과했었다.
뭉칫돈을 들고와 『아무 종목이나 사주시오』하는 투자자나 기대심리를 한껏 부풀리면서 충동구매를 자극하는 증권사나 이같은 경험을 되새겨볼 시점에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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