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뒤 남북 키 차 10㎝ … 통일 후 사회통합 걸림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해 말 북한 원산의 한 육아원에서 두 살배기 유아가 대북 지원 단체가 제공한 콩우유를 마시고 있다. [퍼스트스텝스 제공]

중앙일보 취재팀이 지난해 11월 정우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과 공동 분석한 결과 2000년 출생한 북한 어린이들이 25세가 될 때 남북 간의 키 차이는 남성 11.5㎝, 여성 6.2㎝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북한 어린이들의 험난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해놓지 않으면 앞으로 남북 주민은 인종적 차이에 버금가는 10㎝ 안팎의 체형 격차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박순영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통일 이후 키 차이는 경제적.사회적 차별로 이어지며 사회통합의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우진 교수는 "작은 키는 북한 주민의 열악한 건강상태를 뜻하고 훗날 고스란히 통일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키 3㎝ 키우기 운동은 최악의 체형 격차를 일부라도 해소하자는 취지다. 한 집단의 영양상태가 좋아진다고 해서 몇 년 새 키가 쑥쑥 크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키가 가장 빨리 큰 한국에서도 평균신장 5㎝를 올리는 데 20년가량 걸렸다. 전문가들은 가장 효과적인 지원 대상은 영.유아, 임산부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장기간 지원할 경우 키 차이 확대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3cm는 하나의 상징적인 수치다. 이는 2025년 남북 키 격차의 2분의 1(여성)~4분의 1(남성)수준이다.

키 3㎝ 키우기 운동에는 북한에 정책변화를 촉구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과 대남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경제개발과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해야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이양수 팀장, 채병건·정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