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수학] '한붓 그리기'로 컴퓨터칩 설계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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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쾨니히스베르그'는 철학자 칸트가 평생을 보낸 도시이자 수학과 관련해서도 기념비적인 곳이다.

쾨니히스베르그는 '프레골랴'강에 의해 네 지역으로 나뉘는데, 이 네 지역은 7개의 다리로 연결돼 있었다. 수학자들은 같은 다리를 두 번 건너지 않고, 모든 다리를 건널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그려보면 알겠지만 불가능하다.<그림1>

이는 "연필을 떼지 않고 한번에 그리는 한붓 그리기가 가능한가" 하는 문제로 바꿀 수 있다. 가능하려면 한 점에서 연결된 선의 개수가 홀수인 '홀수점'이 아예 없거나 두개여야 한다. <그림1>을 단순화하면 <그림2>가 되는데, 점 A.B.C.D가 모두 홀수점이기 때문에 한붓 그리기가 불가능한 것을 알 수 있다.

홀수점이 없으면 어느 점에서 시작하더라도 모든 선을 거쳐 그 점으로 돌아오는 '오일러 회로'가 된다. 홀수점이 두개일 때는 한 홀수점에서 시작하면, 모든 선을 다 돌고 다른 홀수점에서 끝나는 '오일러 경로'가 된다.

오일러(Euler)는 쾨니히스베르그의 다리에서 한붓 그리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힌 스위스 수학자의 이름이다. 쾨니히스베르그에는 19세기 후반 A와 C를 잇는 여덟 번째 다리가 만들어져 결국 한붓 그리기가 가능해졌다.

한붓 그리기는 실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모든 도로를 중복 없이 한번씩만 지나도록 효율적으로 청소차 운행계획을 짤 수 있다. 오일러 경로와 회로는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도형을 연구하는 그래프 이론의 중요한 연구 주제로, 교통 공학.컴퓨터 네트워크.컴퓨터 칩의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박경미<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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