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협력업체 사장 목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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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속적인 경영 악화와 눈덩이처럼 커지는 부채의 현실 앞에,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중압감에 어찌할 수 없는 길을 선택합니다."

1일 오전 8시쯤 경남 창원시 대산면 제동리 삼호공업 사무실에서 목을 매 자살한 이 회사 송재균(48) 사장이 남긴 유서다. 경찰은 송씨가 경영 악화로 자금압박을 받아오다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의 3차 협력업체다. 종업원 20여 명이 연간 20여억원의 매출을 올려 왔으나 현대자동차 파업 여파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원가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도 유서에서 "제조업체의 단가가 현실과는 너무나 차이가 납니다. 저 혼자 호의 호식하려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송씨의 친구인 정모(52)씨는 "고인은 현대차 파업으로 재고가 쌓이면서 자금압박이 심하자 함께 술을 먹으며 고민했다"며 "귀족 노조의 파업으로 하청업체가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가 증명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회사의 한 직원도 "지난해까지는 부품이 잘 팔렸는데 수요가 줄어 외국 업체 쪽 하청을 받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최근 환율 하락으로 원재료비 부담이 높아져 적자 폭이 계속 커졌다"고 어려운 회사 사정을 설명했다.

송씨는 이처럼 어려운 회사 사정에도 불구하고 직원들 월급은 꼭꼭 챙겼으며 부채도 거의 없이 건실하게 회사를 운영해 왔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사장님은 항상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원들을 격려해 주신 훌륭하신 분이었다"며 "요 근래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봤는데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상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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