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각' 유산 분쟁 3년 만에 마침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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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3공화국 시절 '요정 정치'의 산실인 대원각(大苑閣) 주인이었던 고(故) 김영한 할머니가 남긴 거액의 유산을 둘러싸고 金씨의 외동딸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사이에 벌어진 법정 분쟁이 법원 조정으로 3년 만에 일단락됐다.

金씨는 1999년 11월 83세로 사망하면서 딸인 徐모(58)씨에게는 현금과 부동산 등 31억원 상당을 남겼으나, 서울 서초동 빌딩 등 나머지 재산 1백22억원을 "과학기술 발전에 써달라"며 KAIST에 기증했다.

이에 대해 徐씨는 "유류분(遺留分)을 침해당했다"면서 KAIST를 상대로 2000년 11월 소송을 냈다. 유류분이란 고인이 사망 전에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유언을 통해 줄 경우 원래 상속인의 생계를 고려해 일정 부분을 인정해 주는 상속 몫이다. 徐씨처럼 친 자녀의 유류분은 상속액의 절반이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9부는 25일 "'徐씨에게 44억원을 주되, 徐씨는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KAIST가 운영하는 글로벌장학재단의 이사로 취임한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됐다"고 밝혔다.

徐씨의 대리인은 "徐씨는 국가기관인 KAIST가 아니라 다른 곳에 어머니의 유산이 쓰이기를 원해 소송을 낸 것이지 재산을 욕심냈던 것은 아니다"면서 "이번에 받게 된 돈도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徐씨는 지난해 3월에도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공시지가 8억5천여만원의 성북동 임야 4백80평을 환경운동연합에 기증한 바 있다. 한편 김영한씨는 사망하기 3년 전인 96년 서울 성북동 7천여평의 대원각을 법정(法頂) 스님에게 기증, 이 터에 길상사(吉祥寺)라는 절이 들어서 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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