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업계 첫 북한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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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삼성화재가 북한의 조선국제보험사와 제휴해 개성공단과 관련된 손해 보장 업무를 취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개성공단을 오가는 한국의 인력과 차량의 사고 및 향후 개성공단 가동에 따른 각종 재해를 보장받을 길이 열렸다.

정부와 금융계 관계자는 24일 "삼성화재가 이달 초 평양에서 조선국제보험사와 포괄적인 보험업무 제휴에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측은 이 같은 교류진행 상황을 최근 통일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르면 조선국제보험사가 개성공단을 오가는 한국 측 사람과 차량의 사고 등 모든 위험에 대해 1차 보험사 역할을 맡고, 삼성화재는 일정 부분의 위험을 떠안는 재보험사로 참여하게 된다. 양 측은 포괄적인 합의에 이어 위험 산정.보험료 수납 등 세부적인 업무처리에 대해서는 개성공단의 진척 상황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을 오가는 한국 기업인의 편의를 위해 보험료 수납 등은 삼성화재가 일정 부분 대행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남북교류는 통일부의 승인 사항이지만 재보험 업무는 금융당국의 허가없이 당사자 간의 계약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을 오가는 인력과 물자의 사고 등을 보장받는 길이 열리면 북한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섬유.의류.신발업종과 전기.전자업종에서 4백여개의 한국 기업이 개성공단 진출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성공단은 내년 3월 시범공단 1만평을 착공하고 같은해 11월 1차 분양을 할 예정이다.

한편 삼성측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가동되면 엄청난 물동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그에 따른 보험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보험 전문가들은 "남북 경협 등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각종 사고에 대한 보장 장치가 필수적"이라며 "궁극적으로 한국에서 가입한 보험이 북한 지역에서도 효력을 갖도록 상호협력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국제보험사(KFIC)=화재.선박 등 재산보험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북한 유일의 국가보험기관. 본사는 평양에 있으며 1백20개 지점이 있다. 북한 체류 외국인의 보험도 받고 있으며 외국 보험회사와 재보험 사업도 한다.

장세정.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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