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군대·당 소유 기업 민간에 팔아 경쟁력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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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응우옌밍찌엣 국가주석(사진)이 이끄는 베트남 정부가 군대와 공산당 소유의 국영기업들까지 민간에 팔기로 했다.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 개혁.개방 정책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서다. 베트남은 1992년부터 6000여 개에 이르는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해 왔으나 권력의 핵심인 군대와 당 소유 기업은 예외로 했다.

31일 '베트남 뉴스'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영기업 민영화 촉진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됐던 군대와 공산당 소유 기업 수백 개를 올해부터 민간에 넘겨 주식회사 등으로 전환키로 했다. 영국 BBC방송은 베트남 공산당이 마지막 성역이던 당과 군 소유 기업까지 민영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사활을 걸고 개혁.개방을 밀어붙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군은 베트남 최대 무선통신회사인 비에텔 등 통신사와 은행.조선소.섬유공장.호텔 등 100여 개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비에텔은 베트남 무선통신 가입자 1900만 명 중 700만 명이 가입해 시장점유율이 37%에 이른다. 공산당은 철도와 전력 등 국가 기간산업을 포함해 수백 개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임원이나 경영자는 군이나 당의 고위 관리 출신이 대부분이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군 소유 기업들은 애초 무기와 군복 등 군수품 조달을 위해 설립됐으나 권력을 등에 업고 호텔업에까지 진출하는 등 사업 영역을 과도하게 넓혀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다만 전력.통신 등 일부 국가 핵심산업 기업 500여 곳은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하지만 핵심 산업도 소유권을 국가가 갖되 외국 자본과 기술의 접근이 가능한 형태로 운영 방식을 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베트남 국영기업의 민영화는 군과 당, 그리고 관료들의 반발로 2000년까지 답보 상태였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2001년 총리 산하에 '국영기업 민영화 위원회'를 설립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민간 매각을 추진해 왔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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