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리더와의 대화] 3. 리이닝 베이징대 교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정덕구 교수 :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현재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나.

▶리이닝(以寧.72)교수:60~70% 사이다. 아직 해결해야 할 3대 난제가 있어서다. 첫째는 국유기업 개혁이고, 둘째는 주요 제품의 가격을 아직도 국가가 통제하는 것이며, 셋째는 환율 문제다. 환율이 시장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있다.

▶鄭교수:그럼에도 지난 10년간 연 9%의 고속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교수:개혁이 없었다면 중국 국유기업은 다 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또 개방이 없었다면 중국은 세계를 알지도 못하고 외자와 선진 기술의 도입 역시 없었을 것이다.

▶鄭교수:중국은 지난 10월의 제16기 중앙위원 제3차 전체회의(3中全會)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건설'이란 목표를 뛰어 넘어 이젠 '완비'하자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후진타오(胡錦濤)주석도 개혁의 심화와 개방의 확대란 2단계 방안을 제시 중이다. 胡주석이 외치는 개혁의 심화와 개방의 확대는 과거의 개혁개방 정책과 어떻게 다른가.

▶교수:胡주석의 개혁개방 정책은 크게 여섯 가지다. 첫째, 국유기업에 외자와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주식회사로 바꾸는 데 국유기업 개혁의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재산권을 명확히 해 개인 투자와 사유 재산을 보호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확연히 분리됐던 도농 경제 구조 차이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농민이 도시에 들어와 일을 하고 집을 사고 호적을 취득하는 등의 개혁이 포함된다. 넷째는 취업 확대 정책이며 다섯째는 민영 경제 발전이다. 즉 법률이 금지하지 않는 한 모든 부문에 민간 자본이 진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끝으로 중산층의 비율을 확대하고 저소득층 수입은 올리며 고소득층 소득을 조절하는 한편 불법.음성적인 수입은 엄금한다는 것이다.

▶鄭교수:자칫하면 구조적 모순과 위험 요소가 빠르게 드러나 경제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을 텐데.

▶교수:불가피한 방향 설정이다. 잠재 위험은 회피보다 오히려 잘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국은 앞으로 네 가지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첫째, 중국은 반드시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가져야 한다. 외자를 유치해도 핵심 기술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둘째, 경제와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이 필요하다. 이미 교육의 불평등이 취업의 불평등을 낳고 이는 또 수입의 불평등을 가져와 생활의 불평등을 낳으며 궁극적으론 후손 간의 불평등을 가져온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때문에 교육의 평등이 중요하다. 셋째는 지역 간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낙후된 서부와 동북 지구의 현실을 외면만 할 수 없다. 넷째는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와 자원 부족이다. 토지의 사막화, 석유와 물 부족 등은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는 위험 요소다.

▶鄭교수:중국은 최근 외자를 마구 빨아들이고 있다. 특히 1997년의 외환 위기 이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교수:불가피한 현상이다. 중국은 선진국보다 임금이 낮지만 저개발국보다는 노동력의 질이 좋다. 또 사회가 안정돼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국이 외자를 흡수하고 있다. 물론 저임금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중국은 나름대로 핵심 기술의 확보가 필요하다.

▶鄭교수:일각에선 2008년 올림픽 이후 개방의 가속화로 인한 정부 통제력의 약화와 국내 부실 요인이 상승 작용을 하면서 중국 경제가 추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교수:일본의 예를 들어 그런 전망을 내놓는 이들이 있는데 잘못된 비교다. 일본은 도쿄(東京) 올림픽 이후 투자가 급락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중국은 두렵지 않다. 일본의 경험을 거울 삼아 중국은 올림픽을 전후해 서부대개발과 동북 공업기지의 개혁을 가속화할 것이다. 이는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 또 농민의 수입을 올리기 위해 각별히 노력할 것이다. 9억 농민들이 새 옷을 사고 2억~3억의 농민들이 컬러 TV와 냉장고.승용차를 구입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세계의 가장 큰 시장은 바로 중국의 농촌이다.

▶鄭교수:농지 소유의 제한으로 사실상 높은 실업률이 존재하는 중국의 농촌에서 농민의 수입을 올리는 게 말처럼 쉽겠는가.

▶교수:따라서 두 가지 조치를 취했다. 첫째는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에서 농촌 토지 청부법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농민은 토지의 사용권을 양도할 수 있고 임대도 할 수 있어 수입 증대가 기대된다. 둘째는 산 꼭대기에 사는 빈곤 농민들에게 산 아래 집을 만들어 이주시키는 것이다. 이는 투자를 유발하고 삼림과 초지의 황폐화를 막는 이점이 있다.

▶鄭교수:정치 논리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민소득 수준이 오르면서 국민의 욕구 체계가 변화할 텐데 정경분리 원칙이 장기간 유지될 수 있을까.

▶교수: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올라갈수록 정치에 대한 인민의 요구가 커지는 게 사실이다. 정부 관리들에 대한 청렴성 주문이 많아졌고, 정치참여 욕구가 커졌으며, 인민의 알 권리 요구와 정치의 투명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중국 정부는 현재 이 같은 인민들의 요구에 맞춰 개혁을 실시 중이다. 그 기본 정신은 '사람을 근본으로 한다(以人爲本)'는 것이다.

▶鄭교수:중국의 시장경제 발전은 국유기업의 건전화에 달렸다. 민영화 과정에서 중국에도 한국과 같은 재벌이 탄생할까.

▶교수:한국의 재벌은 국가의 지원으로 성장했다. 독점 성격을 띤다. 그래서 재벌이 무너지면 경제에 대한 충격이 엄청나다. 중국은 그 같은 상황을 절대로 피해야 한다. 중국의 개혁은 국가가 투자해온 방식을 점차 다양한 주체가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鄭교수:동북아 3국의 경제협력 확대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나.

▶교수:중.한 사이엔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중.일 간이다. 일본의 일부 매체는 중국의 발전이 일본에 불리하며 중.일 우호에 나쁘다는 이른바 중국 위협론을 거론한다. 중.일의 대외무역 구조는 다르며 국정(國情) 또한 다르다. 마땅히 서로 돕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이 나아가는 방향은 명확하다. 무역 자유지대 창설이다. 그러나 한걸음에 무역 자유지대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차 이뤄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역사적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대담 = 정덕구 교수 베이징대·前 산자부 장관
정리=유상철 베이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