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탈서울현상」에 문제있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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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90년 인구이동집계결과」는 정부의 대도시인구분산책이 아무런 실효도 거두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도시권역의 광역화라는 새로운 문제마저 파생시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부산·대구등 대도시의 인구가 주변 도시로 옮겨간 것은 얼핏 보아선 바람직한 현상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이는 거주지만 옮긴 것일뿐 생활근거지는 여전히 대도시안에 두고 있는 것이어서 오히려 교통문제등 대도시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몇몇 대도시,특히 서울등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과 그에 따른 도시문제의 심화를 완화시키기 위해선 국토의 균형적인 개발을 의도적으로,일관성있게,강력히 추진해 나가는 것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자칫 눈앞의 대도시문제 해결에만 급급해 자원배분을 이에 집중시키기가 쉽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누기일뿐 크게 보면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이다. 인구집중으로 교통·교육·주거환경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서 이를 개선시키는데 주력하고 보면 그것이 인구흡수요인이 되어 부담은 해가 갈수록 커지게 될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도시의 당면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나 적어도 그것이 새로운 인구집중 요인은 되지 않게 하는 균형있는 정책수립과 자원배분이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는 기본적인 해결책은 전국이 일정한 권역별로 자족기능을 갖추는 것이다. 도시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인 이상 일정한 권역에 따라 모든 면에서 자족기능을 가진 중심도시를 형성하고 그 주변에 또 기본적인 자족기능을 가진 중소도시를 배치해서 거주지를 멀리 옮기지 않고도 국민들이 일상적 필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족기능을 갖추게 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문제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농업인구가 감소하고 그 인구가 도시로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추세이나 그것이 주로 수도권에 몰리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자녀교육 문제라고 보여진다.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정치의 분권화는 시작되었다. 공업단지개발 등으로 산업의 분산도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유독 교육을 포함한 문화의 분권화는 지지부진인 것이다. 우리 국민의 자녀교육열과 생활의 질을 추구하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문화의 분권화가 추진되지 않고서는 다른 부문의 분권화가 순조로이 추진된다해도 인구분산의 효과는 매우 미미할 것이다.
인구의 수도권집중억제는 하루이틀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관성있고 지속적인 정책추진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부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 스스로의 의지가 흔들리고 시책의 내용도 앞뒤가 안맞고 있는 느낌이다. 신도시 건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자족기능을 갖추겠다는 당초의 구상과는 달리 주거기능의 확보에만 급급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문제의 해결은 커녕 오히려 그것을 심화시킬 것은 뻔한 일이다.
정부는 인구의 분산이 가능한 국토의 균형있는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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