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문화재의 어려운 삶 아는지-이칠용<공예인·서울 도봉구 번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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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화재 지정과 교류,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문화재 지정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에 대해 많은 분들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있었는데 전통 공예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크게 공감하는 바가 있어 우리 공예계의 입장을 알리고자 한다.
우선 무형문화재지정의 편중성과 모호함을 보면 나전칠기의 경우만 해도 자개 부문엔 3명, 소목 부문엔 4명인데 비해 유독 강석과 칠 부문엔 한명씩 뿐이다.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칠 부문이 가장 중요한데도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다.
문화재관리국 내규에 의하면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5년 이상 이수한 사람이 이수자로 지정 받게 되어 있는데 무대 종목엔 1∼2년만 이수받고 바로 이수자로 지정되는 경우도 있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본다.
정부는 문화재 보호법에 의거, 사찰·건물·비석·탑 등이 유형문화재로 지정되면 울타리를 치고 관리인을 두어 관리시키고 표지물을 세우며 단청을 하는 등 보호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면서 왜 무형문화재는 이토록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일까.
인간문화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왜 작품 활동을 못하고 있으며, 왜 배우려는 제자들이 없어 자녀·친척들에게 어정쩡하게 이수·전수라는 칭호를 부여(?)하고 있는지, 과연 그들이 제작하고 있는 작품들이 정통인지 등 유형문화재와 똑같은 예우와 기준에서 관리되어야 한다고 본다.
인간문화재들에게 작은 작업공간이라도 마련해주고 그들의 집 입구에 푯말이라도 해주는 관심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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