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냐 3자 인수냐/한보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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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또다른 특혜」시비우려 진퇴양난 속앓이/계열사 경영권·소유지분 매각여부 관심
한보그룹에 대한 특혜시비가 다시 일면서 앞으로의 그룹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태수 회장이 지난 2월 구속된 뒤 최대의 쟁점이 돼온 수서주택 조합원들에 대한 위약금지급 문제는 최근 거래은행들의 「각별한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긴 상태.
또 정회장이 지난 5일 집행유예로 풀려나 한보측은 일단 재기의 틀을 갖췄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위약금 문제의 해결을 가능케했던 은행들의 금융지원과 정회장의 조기석방 자체가 「또 다른 특혜」라는 의혹을 받고 있어 파문이 새롭게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정회장이 일찍 풀려날 수 있었던 것은 수사과정에서 비자금 문제 등에 대해 입을 다문제 대한 대접이며 은행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추가대출을 해주고 이미 잡아놓았던 가압류까지 풀어준 것이 한보를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한보그룹은 현재 회사의 운영하는데에도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데다 주택조합원들에게 줘야할 원리금 잔금과 국세청에 내야할 체납세금등 대규모 자금수요가 산적해있어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재기가 어려운 상태.
따라서 한보의 재기여부는 정책판단에 좌우될 수 밖에 없으나 한보에 대한 특혜의혹속에 당국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이달말이나 내달초로 예상되는 한보주택의 법정관리 결정여부.
한보그룹은 지난 3월초 모기업인 한보주택의 법정관리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었으나 조사단의 조사작업이 늦어져 아직까지 결말이 나지 않고 있다.
한보주택의 향후진로에 대해 당국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법정관리 ▲파산(회사정리) ▲제3자 인수등 크게 세가지.
이중 파산은 채무·채권자 뿐아니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할때 정부가 선택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법정관리 허용여부를 위한 조사과정에서 한보가 재기여력이 있다고 보고 법정관리쪽으로 거의 방향을 굳혔던 알려져 있으나 새로운 특혜시비가 일면서 『법정관리는 또다른 특혜』라는 비난이 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최근 거래은행 실무자들 사이에서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방안이 깊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보그룹은 그러나 제3자 인수문제에 대해 『당국으로부터 들은 적도 없으며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회장은 이 문제와 관련,금명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식입장을 밝힐 계획인데 ▲자신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을 회장으로 영입하는등 절충안이 제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3자 인수는 물론,법정관리로 결정된다도 법원에서 법원에서 회사관리인이 별도로 파견되기 때문에 정회장은 어차피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게 돼있다.
문제는 ▲소유지분의 매각여부 ▲그룹경영에 참여중인 세아들의 거취 및 ▲한보철강·탄광등 여타 계열사의 운영문제등.
한보측은 철강·탄광 등의 경우 제품이 없어 못팔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한보주택과는 여러가지 사정이 다른 입장으로 이들 회사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한보철강도 지난 3월부터 자금난으로 은행관리를 받고는 있으나 올해 순익이 70억∼1백억원 정도가 예상되는등 자력갱생이 가능하다는 것.
또 정회장 일가가 한보철강의 지분 35%등 그룹 전체주식의 22% 정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한보측은 이 소유권은 계속 유지하면서 정보근 부회장등 세아들도 경영에 계속 참여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회장 일가의 주식지분을 수용하고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방안은 특혜시비를 없앨 수는 있으나 적자기업을 선뜻 인수시킬 사람이 마땅치 않은데다 과거의 부실기업정리에서와 같은 새로운 특혜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한보의 진로가 최종 결정되기까지에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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