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호크총리 후계밀약 들통(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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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양약속 어기자 재무장관 폭로/“총리직 담합거래”에 국민들 분노
집권 9년째를 맞은 호주의 호크 총리가 총리직 계승을 놓고 「밀실담합」을 한 사실이 드러나 만만찮은 정치적 시련을 겪고있다.
지난달 3일 개최된 집권 노동당의 당비공식 간부회의에서 호크 총리는 밀실거래의 상대역인 폴 키팅 전부총리겸 재무장관의 거센 당권도전을 가까스로 저지,일단 「권불십년」의 위기는 넘겼다.
그러나 키팅 전부총리가 당내 세력을 규합,계속 당권에 도전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다 야당인 자유당의 존 휴슨 총재가 호크 총리의 도덕성을 문제삼아 총리 불신임 결의안을 발의한 바 있어 호크 총리가 정치적 곤경에 처해있다. 호크 총리가 키팅 전부총리에게 「총리직 이양」을 약속한 것은 90년 총선을 앞둔 지난 88년.
지난 83년 키팅의 도움을 받아 빌 헤이든 당시 총리를 물리치고 집권한 호크 총리는 그후에도 줄곧 당내 기반이 탄탄한 키팅과 손잡은 덕분에 네번의 선거에서 계속 승리할 수 있었다.
총리직에 대한 야심을 키워온 키팅은 마침내 90년 선거참여의 전제조건으로 총선 이후 「적당한 시기」에 자신에게 총리직을 이양할 것을 호크 총리에게 요구했다.
90년 선거에서도 키팅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호크 총리느 시드니 키리빌리에 있는 총리관저에서 키팅에게 총리직 이양의 밀약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크 총리를 완전히 믿지못한 키팅은 당시 연합노조지도자 빌 켈티와 호크 총리의 친구인 피터 아벨레스경을 각각 양측의 「증인」으로 「밀약현장」에 출석시킬 것을 요구,이들의 증언을 담보로 잡기도 했다.
이와 같은 밀약과 보장장치에도 불구,호크 총리가 총리이양 의사를 보이지 않고 계속 자신을 회피하는데 격분한 키팅은 결국 밀약폭로와 당권 공개도전이라는 최후수단을 썼다.
이번 사건으로 벼랑 끝까지 몰리게 된 호크 총리에게 호주 국민들은 차가운 시선을 던지고 있다.
국민들이 호크 총리에 대해 가장 분노하고 있는 부분은 일국의 행정을 총괄하는 총리직이 집권정당내에서 떳떳한 공개경쟁을 통해 결정되는 형식이 아닌 개인간의 은밀한 담합에 의해 「거래」되려 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사전에 총리직 이양을 약속한 호크 총리가 90년 총선 유세장에서는 전체 집권기간동안의 정책구상을 소상히 밝힘으로써 사실상 국민들을 농락했다는 점도 국민들이 분노하는 대목이다.
총리 취임의 호기를 잡은 키팅은 호크 총리의 무능함과 인격적 결함을 끄집어내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고해 키팅이 「총리에의 꿈」을 쉽게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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