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재판부에 거는 기대/이상언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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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 분신자살사건 수사는 검찰이 강기훈씨를 구속한지 20일동안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채 자살방조혐의로 기소함으로써 그동안 검찰이 쏠렸던 이목이 재판고정과 판결로 옮겨지게 됐다. 그동안의 수사 기간중 내면적으로는 서로 상대측을 「사회혼란을 부추기기 위해 동료의 죽음을 말리지 않는 부도덕한 집단」「엉뚱한 사람을 죄인으로 모는 조작의 장본인」으로 매도했던 검찰과 전민련측은 사실상 이제부터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검찰로서는 강씨의 입을 통해 김씨의 유서가 김씨의 필적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함에 따라 그동안 「유서는 김씨가 쓴 것인 데도 공연히 검찰이 없는 범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식의 전민련측 논리를 무너뜨리고 수사착수의 정당성을 입증했다는 주장이다.
전민련측도 검찰이 강씨를 자살방조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도 강씨의 자백이나 최소한 강씨가 언제,어디서 유서를 작성했는지를 분형히 가려내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더 강씨의 결백에 대해 목청을 높일 수 있는 근거를 얻었다는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이 어느 쪽인가에 대해 국민들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결국 법원의 판결뿐인 셈이다.
물론 법원의 판결이 절대적 진실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검찰과 피고인측의 각종 주장과 증거물을 갖고 어느 쪽이 더욱 더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가를 판단하는 재판부가 결코 모든 진실을 꿰뚫어 보고 있는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강씨가 유죄냐,무죄냐의 1심법원 판결은 늦어도 12월24일 전에는 나오게 되어 있다.
이 경우 강씨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전민련측이,거꾸로 무죄가 선고도면 검찰측이 각각 법원의 판결에 불복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반 국민들은 법원의 판결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 끝에 법과 양심에 따라 내린 결론으로 가장 진실에 가깝다고 인정할 수 있도록 재판부가 최선을 다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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