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총리회담 새 모습 보이길(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오랜만에 남북한 고위당국자들간의 대화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8월에 4차 고위급회담을 갖자고 북한이 제의하고 정부당국이 이에 동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2월 이후 고위급회담이 중단된 기간동안 남북한을 중심으로 있었던 여러가지 새로운 변화들에 비추어 다음달에 있게될 평양에서의 만남은 각별한 관심을 갖게한다.
남북한 관계에서는 그동안 답답한 정치현실과는 달리 단일탁구팀과 축구팀의 화기가 감돌았다. 북한 내부에서는 유엔에 가입하기로 결정,신청서를 제출한 상태고 핵사찰 협정에 서명할 의사를 밝힘으로써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참여할 태세를 보였다.
뿐만아니라 북한은 대외관계에서도 미국·일본을 상대로 전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며 변화를 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유독 남북한 대화와 교류에서는 시종여일하게 판에 박은듯한 논리를 유지하려고 해왔다.
따라서 평양에서 갖게될 고위급회담은 북한이 바뀌고 있는 바깥 현실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북한 관계에서도 그러한 노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남북한 관계의 현실로 보아 자주 대화를 갖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과라는 의견도 있지만 다음달 평양에서 갖게될 회담에서는 그 이상의 성과가 있어야 된다고 믿는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교류를 통한 신뢰회복이 먼저냐,정치군사적 접근이 먼저냐는 입씨름의 되풀이에 그쳐서는 안된다.
지난 12월의 3차고위급회담은 이 문제로 시종일관 뚜렷한 합의사항 없이 끝났다. 남측이 제시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기본 합의서」와 북측이 제시한 「북남 불가침과 화해협력에 관한 선언」의 골격과 내용은 대동소이하면서도 접근순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것이다.
불가침선언을 두고 남측은 신뢰조성을 위한 인사교류,경제교류를 우선시키자는 입장을 고수하고,북측은 불가침선언을 선행시키자는 주장이었다. 이는 화해와 통일에 대한 남북한의 본질적인 시각의 차이기 때문에 평양회담에서도 어느 일방의 요구가 수용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는 그처럼 어려운 문제는 계속 타협을 모색하면서 당장 실현가능한 문제,이를테면 남북한에 서로 실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경제교류등 한가지라도 합의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관계개선의 방편이 될 것이다.
북한이 제의한 회담시점과 관련된 정치적 의도를 우리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 8·15를 전후한 범민련 행사를 통한 북한의 통일전선 공세,유엔가입과 핵사찰 협정서명과 맞물린 9월등을 생각하면 북한의 대남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동안 있었던 남북한 관계 개선의 작은 성과들,간접적인 경제교류,단일체육팀의 예처럼 대화를 갖고 노력하면 또 다른 차원의 결실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평양회담을 기대하고자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