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조폭마누라'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예의 없는 것들' '거룩한 계보'….
최근 수년간 조폭을 소재로 삼은 영화들이 유행처럼 등장하고 있다. 이들 영화에서 조폭은 보스의 명령이라면 목숨까지 바치는 '멋진 인간형'으로 묘사된다. 조폭이 현실의 부조리를 응징하는 데 앞장서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딴판이란 게 범죄전문가들의 얘기다.
"요즘에는 형님들이 동생들이라고 해서 업소를 그냥 물려 주는 것은 없다. 조직에서도 돈 계산은 철저하다."(30대 행동대장)
"동생들이 잘못했다고 함부로 때리면 검찰에 나가 불어 버리기도 한다. 돈이 없으면 형님 대우 못 받는 실정이다."(20대 행동대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심층면접에 참여한 조직폭력배 중 29명은 영화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조직=의리'라는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형님들 빨래, 식사 준비 등으로 고생하고 많이 맞았지만 요즘 돈에 눈뜬 어린 동생들은 다르다"는 것이다.
'유흥업소에서만 기생하는 조폭'도 과거에나 통하던 얘기다. 서울에서 행동대원급으로 통하는 A씨(30대)는 새벽 3~8시까지는 청과물 유통업,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조직이 운영하는 건설회사 과장, 저녁 6시 이후에는 나이트클럽 고문으로 일한다고 밝혔다. "같은 조직원들도 유흥업소.식당.청과상.사채업.컨설팅.유통업 등으로 자신이 맞는 분야를 특성화시켜 사업을 한다. 조직원 중 종교계에 진출한 목사도 있다"는 것이 A씨의 말이다.
마약 거래를 피하려는 경향도 있다. 충청 지역에서 활동했던 20대 행동대원은 "조직을 키우기 위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신흥조직의 경우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가 있지만 큰 조직은 마약에 손대면 법망에 걸리기 쉬워 손을 대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른 조직 간 이권 다툼으로 인한 충돌인 '전쟁'도 거의 없다는 게 조직원들의 말이다. 경기도 지역의 행동대원인 B씨(30대)는 "1996년 OO파와 전쟁한 이후 한 번도 싸워 본 적 없다"고 밝혔다. "옛날처럼 '연장'(흉기)으로 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에 따른 대가가 너무 크고 조폭도 계산적이기 때문에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폭력을 쓰지 않는다"(서울 지역 40대 행동대원)는 것이다.
백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