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 배제하려 선수/북한 유엔가입안 독자제출 배경(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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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쿠바의 안보리 의장국 기간 노린듯/처리할땐 남북한 단일결의안으로
북한이 8일 유엔가입 신청서를 독자적으로 제출함으로써 남북한이 유엔가입 신청을 공동으로 하자는 서울측 바람은 결국 무산되었다.
지난 5월말 북한이 일방적으로 유엔가입을 전격 선언한뒤 한국정부는 그동안 남북 총리회담 의제로까지 논의된 남북한의 유엔가입이 비록 합의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가입을 결정한만큼 남북한이 단일안으로 공동으로 가입을 신청,모양을 갖추자고 북한측에 제의했었다.
북한의 유엔가입 의사가 결정된 다음날 노창희 주유엔 한국대사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한국의사를 공개적으로 제시한데 이어 북한의 유엔대표부에 네차례에 걸쳐 공동 가입절차 협의를 위한 남북한 유엔대사 접촉을 제의했다.
그러나 북한 대표부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달 25일 유엔대사간 회담거부 의사를 전해온데 이어 이날 독자적으로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북한이 단독으로 한국보다 먼저 가입신청을 하더라도 유엔은 남북한 가입을 단일결의안으로 채택,가입을 승인하게 된다.
북한이 유엔의 남북한 유엔가입신청의 동시처리 관례를 알면서도 국제적 모양을 갖추고 향후 유엔에서의 협력과 유엔 중심의 남북대화를 위해 공동가입신청을 하자는 한국측 제의를 협의조차 거부하고 선가입 신청을 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유엔 관측통들은 보고있다.
우선 남북한 단일의석 가입이란 북한의 안이 국제적 지지를 얻지못해 결국 한국이 그동안 주장해온 동시가입안을 수용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북한으로선 마지못해 유엔에 가입하지만 한국의 주도를 따르지 않고 독자적 판단에 따라 유엔에 가입함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남북한의 대유엔정책을 알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보다는 대내적인 이유가 더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는 또 북한이 갑작스런 유엔가입 정책변화에 따른 논리를 아직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을 것으로 유엔관측통들은 보고있다.
분리가입이 통일에 저해된다는 논리를 펴온 북한이 유엔가입을 천명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한 결정』(북한 외교부의 유엔가입 정책을 밝히는 성명서) 『남북한 가입후 하나의 조선 위해 노력하겠다』 (미국방문중 한시해 조통부위원장 발언)는 등의 북한측 설명은 정책전환에 따른 논리가 아직 정립되어 있지 못함을 말해준다.
북한은 또 분리가입을 하더라도 남북한 협의에 의한 공동가입신청이 국제적·법률적으로 북한이 두 국가를 인정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한시해 조통부위원장 중앙일보 인터뷰시 발언).
남북한의 별도 의석가입이 한반도에 두 나라를 인정,통일을 저해한다고 주장해온 북한으로선 이해되는 논리이나 어차피 두 의석의 분리가입을 수용하면서도 절차상의 협의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자체모순이란 것이 유엔외교 의가 분석이다.
제출시기와 관련,북한이 친북한적인 쿠바(알라콘 데케사다 대사)가 7월 안보리 의장국을 맡고 있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보리 의장은 회원가입 결정권한은 없지만 북한의 가입신청서를 한국의 신청과는 관계없이 심의위원회(안보리 이사국과 동일)에 회부,처리시킬 수 있다. 안보리는 북한의 회원가입을 한국과는 별도로 처리할 수 있으나 현재 그 가능성은 거의없다.
북한의 유엔가입서 선제출에 대해 노대사는 북한의 결정으로 한국의 제출시기 결정이 전혀 영향받지 않는다며 담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가입서 선제출로 남북협의에 의한 동시단일 제출을 남북한에 권유해온 중국과 소련은 상당히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안보리에서 단일결의안으로 처리할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유엔본부=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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