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에세이] 한류 경쟁력은 '문화 + I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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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26일 오전 10시, 중국 광둥(廣東)성 성도 광저우(廣州) 중심부 티위둥(體育東)로에 위치한 차이푸(財富) 광장에 난데없이 도마와 부엌칼이 등장했다.

중국 대륙에 처음으로 문을 연 한국문화홍보센터인 한국플라자 개소식에 앞서 요리사 복장의 단원 4명이 '난타' 거리공연을 한 것이다.

따다닥 따닥-. 흥겨운 소리가 나자 500여 중국인이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에 모여 한마디씩 했다.

"참 절묘하다. 어떻게 도마와 칼에서 저런 음의 조화가 나오지."

"주변에 널려 있는 소리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창의성이 존경스럽다."

공연이 끝나고 열린 한국플라자 개소식. 김종민 관광공사 사장은 "관광은 문화 교류다. 이곳에서 한.중 양국인들의 문화에 대한 상호 공감대와 이해의 폭이 넓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값싼 여행상품과 일시적 한류에 의지하는 전략으로는 중국 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20여 평에 이르는 플라자 내부는 이 같은 전략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우선 첨단 영상설비로 한국의 경치와 패션, 전통문화, 한류스타 활동 등을 실감나게 소개하고 있다.

관광 정보는 물론 원하는 한국 영화와 뮤직비디오, 스타의 공연 녹화 영상도 현장에서 볼 수 있게 했다. 조만간 중국인들을 상대로 한국문화 강좌까지 열 계획이다. 중국에 있는 여러 나라의 해외 관광사무소 중 문화 교류에 가장 적극적이다.

현장을 둘러본 남부주간(南部周刊)의 뤄샤오옌(羅小艶) 기자는 "한국의 첨단 정보기술과 문화가 잘 조화된 것 같다"면서도 "다만 지나치게 한국 위주의 전시는 자칫 중국인들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어 한.중 교류 역사를 소개하는 공간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한.중 수교 15년. 수교 첫해 20만 명에 불과하던 인적 교류는 지난해 말 420만 명으로 20배로 늘었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을 찾은 한국인은 360만 명이지만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83만 명에 그쳤다.

한류 바람으로 엄청난 중국인이 한국으로 몰려갈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는 얘기다.

이에 한국관광공사가 '문화 교류'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략은 맞아 보인다. 다만 수시로 입맛이 변하는 중국인들에게 어떻게 한국 문화를 상품화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선 한국의 '문화 고객'인 중국인의 소리에 더욱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광저우에서)

최형규 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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