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회사에서 토사구팽 당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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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토사구팽 당하라

김용전 지음

미다스북스

해가 바뀌니 이곳저곳에서 인사 소식이 들립니다. 세상일 대부분이 그렇듯 모두 만족하는 인사는 있을 수 없겠죠. 조직의 효율을 우선하거나, 정실에 따르다 보면 개인의 희망이나 능력은 곧잘 무시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인사철에는 순풍을 만나 얼굴이 활짝 핀 이들도 있고, 역풍을 맞아 어깨가 축 늘어진 이들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중에서도 한때 능력을 인정받아 잘나가다 날개가 꺾인 이들이 가장 분하고, 세상이 캄캄할 겁니다. 그런 이들에게 정치판에서 되살려낸 고사성어를 제목으로 한, 이 도발적인 책을 권합니다. 특히 능력에 비해 인사에서 푸대접받았다고 느끼는 직장인들에게는 '딱'입니다.

토사구팽당했다고, 그러니까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어지니 야박하게 버림을 받았다고 한숨짓지 말랍니다. 토사구팽을 당하는 이들은 유형이 있다네요.

원칙에 충실한, 너무 강직한 인물이 우선 '삶기는' 대상이 된답니다. 직언을 잘하고 아부를 모르는 이 타입은 가치 판단 문제가 생기면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쪽에 서고는 한다죠. 조직에서 옳고 그름은 윗사람이 최종 판단하는 것인데 그 선을 뛰어넘는 보편적 진리 같은 것을 추구하는 것은 윗사람 입장에서 보면 '불충'으로 비치기 쉽기에 내침을 당한답니다.

보스형 윗사람 밑에서 일하는 리더형 인물도 위험하답니다. 당연하겠죠. 그런데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렇게 당하는 사람은, 윗사람이 의리상 혹은 업무상 자기를 살려주리라, 또 아랫사람들이 정정당당한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오해랍니다. 의리는 헌신짝에 불과하며, 큰 조직에서 비슷한 능력의 인물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고, 아랫사람들은 풀잎과 같아서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언제든지 돌아눕는다는 거죠. 냉정하지만 새겨 들을 구절이지 싶었습니다.

끝으로 남을 너무 쉽게 믿는 사람, '정의는 이긴다'거나 '사필귀정' 등의 도덕률을 주장하는 사람도 끓는 물맛을 보기 쉽답니다. 정의구현사제단 같은 조직이 아닌 바에야 착한 성품은 조직에서 미덕이 아니고, 서부극 영화와 같은 결투에 나서면 여덟 발짝에 돌아서서 먼저 쏘라고 극언을 합니다. 상대방은 당신이 열 발짝 걷고 돌아설 걸로 예상하고 아홉 발짝에 돌아서 쏘려 할 거라나요.

사실 이 책은 건전하기 짝이 없습니다. 성공적 직장생활을 위한 자기경영 법칙 40가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줍니다. 단지 그 방식이 역설적이고, 너무 현실적일 따름이지요.

현대사회는 대부분이 직장인입니다. 조직의 '쓴맛'을 본 이가 본인일 수도 있고 친구나 남편이 될 수도 있겠지요. 이 책을 뒤적이면 길게는 권토중래의 지혜를 얻을 수 있고 당장은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주변에 권한다면 좋은 선물도 되겠지요.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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