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작가회의 이름 변경 일단 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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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단체 명칭에서 '민족문학'을 빼려고 했던 민족문학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의 시도가 일단 무산됐다.

작가회의는 27일 서울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차 정기총회에서 단체의 명칭 개정안 표결을 연기하는 대신 '단체 명칭 변경에 관한 소위원회' 구성을 결의했다.

작가회의는 총회에 앞서 열린 이사회에서 '단체명칭 변경안'을 확정하고 총회에 참석한 회원들의 찬반 투표로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다. <본지 1월 25일자 8면 참조> 총회에는 전체 회원 1377명 중 140명이 참석했고 458명이 사전에 위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몇몇 회원들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지방에 거주하는 일부 회원들은 "개정안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지 못했다"며 항의했고, 작가회의 사무국 측은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이미 개정안이 결의됐으며 이후 각 지회.지부.위원회가 개별 회원에게 개정안을 알리도록 했다"고 반박했다.

토론은 4시간 동안 진행됐고, 결국 '명칭 변경안'이 아니라 '명칭 변경 연기안'이 긴급 상정돼 다수 의견(62대 38)으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작가회의는 조속히 소위원회를 구성해 명칭 변경안을 재검토한 뒤 총회에 준하는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명칭 변경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작가회의는 ▶문학적 환경이 20년 전과 달라졌고 ▶문단 바깥의 독자들에게 단체가 좌편향적 진영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젊은 작가들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민족문학'을 뺀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자 했다. 작가회의는 1974년 결성된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시절부터 국내 진보주의 문학단체를 대표해왔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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