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이견은 없었나/박준영 뉴욕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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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상회담은 꼭 「성공한 회담」으로만 비춰져야 하는가.
노태우 대통령의 「성공적인」 미·가 정상회담을 취재하면서 과거 우리대통령들의 순방외교때마다 가졌던 똑같은 의문이 다시금 상기되어 머리를 맴돈다.
정상회담이나 각료회담 후 으레 우리정부 대표들이 기자들에게 알려주는 회담내용은 모두가 장미빛이다.
「합의」니 「강력한 추진」이 잇따르고 그보다 약간 표현으론 「긍정적 검토」나 「추후논의」가 고작이다.
『실패한 정상회담이 없다』는 말이 있뜻 정상회담은 많은 이슈가 사전협의되어 정상들의 만남에선 형식만 갖추는 경우가 많아 이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떠한 회담도 이견이 없이 헤어지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번 노대통령의 미·가 정상회담에서도 우리에겐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가측에선 주한미군의 재정지원문제,농산물시장 개방,특허권보호,금융시장 개방,태평양과 대서양에서의 어업규제,무역불균형 시정 등 문제를 제기,상당한 이견이 노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정부 대표들은 이같은 문제를 아예 언급치 않거나 추후 협상 또는 계속 논의사항으로 돌리고 합의사항등 긍정적 측면만을 부각시키기에 바빴다.
언론도 미해결 문제보다는 합의쪽에 비중을 두고 동북아질서,양국협력구도 구축,한반도통일 등 거창하지만 추상적인 내용들에 더 의미를 부여했다.
추상적인 것이든,구체성이 없든 그같은 합의가 크게 선전되고 보도되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해결하지 못한 부분도 같은 비중으로 국민에 알려야 정부에도 이롭다.
국민들이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경우 정부는 다음 정책결정이나 집행에 큰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같은 긍정적인면 위주의 발표를 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지도자들이 정상회담결과 숨길 것이 많았을 때의 관행과 정상회담을 이미지 개선의 호기로만 생각하는 단견때문이다.
성공한 정상회담옆에 실패한 부분이 자리잡는 것이 정부나 언론이 국민에게 의무를 다하는 것이란 반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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