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영화] 씨비스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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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씨비스킷 ★★★☆ (만점 ★ 5개)

감독 : 게리 로스

주연 : 토비 맥과이어.제프 브리지스.크리스 쿠퍼

장르 : 드라마 등급 : 12세

20자평 : 쓰린 상처를 딛고 경주마도, 기수도, 마주도, 조련사도 다시 달린다.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한다. 마라톤이라면 한번 넘어졌다고 다시 우승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거칠게 전하자면 21일 개봉하는 영화 '씨비스킷'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런 메시지다.

씨비스킷은 미국의 대공황기 직후 유독 작은 몸에 예상치 못한 실력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경주마의 이름이다. 씨비스킷을 둘러싼 세 사람은 모두 저마다 인생이란 경주에서 좌절을 겪은 인물들이다. 기수인 레드(토미 맥과이어)는 유복한 가정이 대공황으로 산산조각이 나면서 길거리 싸움꾼으로 전락한 신세다. 마주인 찰스(제프 브리지스)는 자전거포에서 출발해 자동차 판매상으로 큰 부를 쌓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소중한 가정을 잃는 고통을 겪었다. 조련사인 톰(크리스 쿠퍼) 역시 시대에 뒤처진 '별종'취급을 받아온 고독한 인물이다. 씨비스킷도 그의 타고난 실력을 알아채지 못하고 채찍으로만 다스리려던 조련사들이 사고뭉치로 치부하던 싸구려 말이다. 이처럼 일종의 외인부대들이 뭉친 씨비스킷의 팀은 동네 경마장에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한 데 이어 당시 최고의 경주마로 주목받던 '제독'에게 1대1 대결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선다는 줄거리는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는 관객이 감동을 느낄 충분한 준비를 하도록 뜸을 들이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영화 초반부에 시대상을 설명하는 다양한 삽화는 씨비스킷이 어렵게 살던 수많은 사람의 희망을 대변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기 위한 장치다.

이 영화 속의 진정한 경주는 한 차례 정상의 영광을 맛보고 난 뒤에 새로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말과 말 사이에 밀착해 생생하게 잡아낸 경주마들의 질주 모습은 영화가 '볼거리의 예술'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을 단풍을 배경으로 자유로이 달리는 말의 모습 역시 가슴이 탁 트이는 구경거리다. 12세 이상 관람가.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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