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나선특구에 '개인상점'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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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나선시 경제특구 내에서 개인이 상점과 식당 등을 당국으로부터 임대받아 경영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관계자를 만난 국내 소식통은 17일 "북한 당국은 국가기관만이 소유, 운영할 수 있었던 상점과 식당 등을 자본이 있는 개인도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북한 당국이 지난 9월초 평양에 새로 개장된 '종합시장'에 개인 매대를 허용한 데 이어 상점 등에 대한 개인의 '장기 운영권'을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 당국은 1990년대 들어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암묵적으로 '개인 경영활동'을 눈감아주었으나 이번 조치는 이를 공식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초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1기 1차회의 기간 중 이 같은 내용의 조치를 공포할 계획도 있었으나 이를 연기하고 일단 나선시 경제특구부터 적용키로 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최근 북한과 거래하고 있는 중국의 무역업자들 사이에서 북한 당국이 쌀과 기초 농산품을 제외한 상당수 품목에 대한 가격 결정권을 민간과 개인에게 이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도 이런 조치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조치가 나선시 경제특구에만 한정된 것인지 전국적으로 허용될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개인의 상점.식당 운영을 자본주의 방식의 수용이라며 반발하는 내부 세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고려대 남성욱(북한학) 교수는 "북한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면 시장에서의 개인의 '상(商)행위'인정에 이어 의미있는 경제개혁 조치가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의 이번 조치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실시하면서 82년 헌법 개정을 통해 개인이 경영하는 '공.상업인 개체호(個體戶)'를 인정한 것과 형태상 유사해 눈길을 끈다. 개체호는 개인이나 가족이 단위가 돼 소규모 자금으로 수공업 방식의 생산 및 경영활동을 하는 독립된 경영주체를 말한다.

그러나 기업 형태상 사유제 형태의 기업인 '개체호'와 이번 북한의 조치는 아직까지 개인에게 소유권을 넘겨주는 차원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상점이나 공장에 대한 소유권은 여전히 국가가 갖고 있고, 일정한 소득세를 낸 개인에게 독점운영권과 수익을 보장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근식 교수도 "북한은 지난해 7.1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북한 당국이 개인의 상업활동을 장려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소유권 이양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jch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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