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이익치 법정서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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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과 현대 비자금 관련 재판에서 난데없이 '수전증' 공방이 벌어졌다.

현대그룹에서 비자금 1백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변호인단은 17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몰아붙였다. 변호인단은 李씨를 향해 "1백50억원을 朴씨에게 준 적이 없는데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朴씨와의 대질신문 때 창백한 표정으로 손을 떨면서 진술한 것은 죄를 뒤집어씌우려다 보니 그런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李씨는 "변호인단의 주장이 사실이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 말하면서 손짓을 한 것이 그렇게 보였나 보다"고 부인했다. 그러자 朴씨가 직접 나서 "분명 수전증에 걸린 것처럼 손과 음성이 떨렸다. 그래서 내가 '똑똑한 李회장이 왜 떠느냐'고 묻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李씨는 "(검찰에서)사실대로 진술했다"고 맞받아쳤다.

한편 박지원씨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김영완(50.해외 도피)씨가 최근 검찰에 A4용지 20장 분량의 3차 자술서를 추가로 낸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 중수부는 재판부(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에 이 자술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지난 8~10일 작성된 3차 자술서는 동북아(중국 또는 일본 추정) 소재 캐피털 호텔에서 작성됐다. 미국에서 쓴 것으로 알려졌던 2차 자술서도 동남아 소재 호텔에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金씨는 추가 자술서 중 한 장에 자필로 "종전에 제출된 자술서는 내가 직접 진술한 내용을 변호인이 옮겨 적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3차 자술서의 내용이 金씨가 朴씨의 1백50억원 수수와 관련해 종전 자술서를 통해 밝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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