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공해 “요지부동”/조업재개 한달/숨막히는 작업장 악취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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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기계 워낙 낡아 보수작업 요원
【미금=이상일기자】 직업병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원진레이온은 조업이 재개된지 한달이 지났는데도 작업환경 등이 나아진게 없다.
고 김봉환씨에 대한 보상문제가 타결됨에 따라 시신이 놓여있던 정문앞이 말끔히 정리되었고,직업병사태이후 방사과에서만 60여명이 이직하는등 인력난으로 3개 방사공장중 1개가 가동중단된 때문인지 회사 주변의 악취는 조금 줄어든듯 했으나 작업환경은 여전히 열악했다.
3일 오후 2시쯤 한 노조원의 안내로 들어가본 방사2과 작업장은 지난 4월 공개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들어서자마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구린내 비슷한 악취가 진하게 풍겼고 녹슨 공기공급 파이프와 작업장 바닥 등에는 이황화탄소·공기의 반응으로 생긴 소금모양의 결정체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방사기에 이황화탄소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설치한 상하개폐식 유리셔터가 규격에 맞지 않아 덜덜거리고 유리가 빠진채 방치되어 있었으며 근로자 30여명 가운데 10여명이 송기식 마스크·방독면을 착용하지 않은채 작업하는등 예전과 다를게 없었다.
다만 환풍기 12대가 모두 가동되고 있었고 공장내부벽면이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도색돼 약간 밝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였다.
이 공장 근로자 원용인씨(35)는 『회사측에서 근로자 전원에게 송기식 마스크·방독면을 지급하고 있지만 섭씨 31도가 넘는 실내온도 때문에 숨이 막히고 땀방울이 시야를 가리는데다 공기투입구와의 연결호스때문에 활동반경이 5m이내로 제한돼 수시로 벗을 수 밖에 없다』고 불평했다.
직업병사태이후 노동부·회사측은 방사기 1백48대를 구조변경시켜 이황화탄소 유출을 최소화시키겠다고 약속한바 있으나 기계가 워낙 부식이 심해 손대면 다 부서질 판이어서 먼저 2대를 뜯어내 납피복을 입히는등 「보수를 위한 보수작업」을 하고 있으나 언제 완료될지 아득한 실정이라는 것.
또 공장이 정상가동된후 15∼30일 이내에 실시키로 한 노동부의 특별환경측정 및 점검도 공장 한곳이 멈춘데다 회사·노조측이 측정기관 선정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어 언제 시행될지 요원한 상태다.
근로자들은 그러나 중독의증 소견자들에 대해서는 회사·의정부 지방노동사무소가 전원 요양(진찰) 신청서를 발급·접수하고 있으며 특수진단결과 작업전환대상자로 나타난 38명에 대해 전원 비유해부서로 작업전환시키는등 직업병 관련 절차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개선이 이뤄졌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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