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회」어두운 면부터 고쳐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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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육자치의 시대를 앞두고 주민과 학부모의 학교운영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제도적 방안을 교육부가 추진중에 있다.
지금까지 논의된 추진방향은 대체로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기존의 학교육성회를 개편해 학부모회를 설치,학생의 복지증진과 환경개선,학교운영비 보조등에 주력하면서 자치단체별 학부모연합회나 전국단위의 학부모 연합회를 결성하자는 방향이다. 두번째는 학교운영협의회를 운용해 교사·학생·재단등과의 관계를 조정하고 학교운영에 적극 참여하면서 해당지역의 교육위원회와의 완충역할을 맡을 수 있는 방안이다.
두가지 방안을 함께 선택하든 어느 한쪽을 택하든간에 기존의 육성회를 보다 강화하고 활성화하면서 재정의 보조기능뿐만 아니라 교육정책 및 내용에까지 참여토록 권유한다는데 추진의 본뜻이 있다고 본다.
우리는 학부모회가 어떤 형태로든 학교운영에 적극 참여케하는 방향에 대해 원칙적 찬성을 하면서도 그 추진방향이 너무 현실을 벗어나고 있거나 또 다른 부작용이 예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먼저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학교육성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문제점을 근거로 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온당한 개선책 마련의 순서라고 본다.
현행 육성회의 문제점은 돈 있는 몇몇 학부모들이 학교재정의 보조기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운영의 폐쇄성과 치맛바람,그리고 돈봉투 얘기가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사실상 공납금일 수 밖에 없는 육성회비를 내면서도 기회있을 때마다 학부모의 성의에 따라 특별기금을 내고 있는 것도 우리 교육의 실상이다.
현행 육성회가 안고 있는 이런 어두운 면은 개선하지 않은채 이상적 학교운영의 참여나 교육정책의 의사결정기구의 하나로 육성회를 몰고 간다는 것도 구름잡는 얘기밖에 될 것이 없다. 또 이런 학부모조직을 지역연대,또는 전국연대의 조직체로 구성하겠다는 일부 논의의 발상도 그 저의에 의심을 갖게까지 한다.
기존 육성회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의 육성회비는 국고로 충당해야하고 중등학교의 준납입금은 모두 수업료로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육성회비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교원연구비와 직책수당이 지역마다,학교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차제에 고쳐져야 한다.
그다음 끊임없이 사회문제로 등장되어온 학부모의 찬조비는 모금에서부터 운영방식까지 양성화시키는 현실적 대책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학교재정의 보조를 위해 학부모의 형편에 따라 떳떳이 낼 수 있고 설령 낼 수 없는 사정이라 해도 그 자체가 부끄러울게 없는 분위기가 되어야만 학부모의 참여의식은 활발해질 수 있다.
기존의 육성회가 음성적 재정보조기구에서 벗어나 교육자치에 걸맞는 학부모 모임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현실적 문제점을 해소한 다음에야 가능한 것이다.
현실적 어두운 면은 덮어둔채 실현불가능한 이론만을 편다는 것이 바로 우리 교육정책의 허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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