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에 절실한 호혜원칙(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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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일의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질서속에서 그동안 우리가 모색해온 한반도의 안정과 통일,이를 위한 한미간의 기본적인 협력구도가 마련됐다. 두나라 대통령이 논의된 문제들에 대한 접근 시각과 인식에서 의견을 같이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번 회담의 의미는 작게는 한미간의 쌍무관계에서부터 크게는 격변하는 한반도 주변상황 속에서 미국이 담당할 역할,앞으로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태평양시대에 대한 협력의 기본틀 등을 논의하고 준비한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우리의 최대과제인 한반도 평화체제,통일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우리가 이룩해 온 중소와의 관계개선 성과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이해당사국이자 파트너인 미국과 이를 평가하고 정리하는 작업으로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만남이기도 한 것이다.
이번 회담은 실무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보다는 상징성이 두드러진 것이었다. 한미간에 심각한 의견 차이를 드러내는 현안문제가 눈에 띄지 않았고 논의의 대부분이 장래에 대한 희망과 협력문제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번 회담에서 특별히 관심을 갖는 부분은 한반도 안정체제 구축과정에 한미 두나라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통일여건 조성의 방법으로 북한을 우선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이 될 수가 있다.
그 전제조건으로서 제시되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 중지요구에 대한 원칙을 다시 다짐한 것은 당연하다고 믿는다. 북한에 대해 조건없는 핵사찰 수용을 촉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핵확산금지조약 당사국으로서 북한이 취해야 할 의무이며 어떠한 다른 문제와 연관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 문제를 북한이 요구하는 주한미군의 핵문제와 연계시키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그동안 여러차례 거론되어온 미국의 한반도 핵정책변화 가능성은 일단 유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세발전에 따라 신축성 있는 대응책은 있어야 되리라고 우리는 믿는다.
이러한 큰 줄기외에도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한미간에 의견을 조정중인 쌍무적인 문제가 거론된데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미 안보협력문제,우루과이라운드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그와 관련된 한국의 농업구조 조정 문제등이다.
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측이 보인 방위분담·경제문제에 관한 거의 일방적으로 보이는 주장과 요구들이 실무선에서 호혜의 원칙에 따라 타협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남북문제를 진척시키고 북방외교의 성과를 다지며 동시에 한국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미국측이 요구하는 사안들을 단기간에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앞으로 전개될 동아시아·태평양지역의 협력체제에 한국이 책임있는 한 주역으로 기능하게 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국력이 손상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거시적 시각을 미국은 가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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