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씨 "盧, 민주 300억 증발 알고 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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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10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마치고 16일 오전 1시쯤 자신이 운영하는 충북 충주시의 C골프장으로 갔다. "밀린 일처리를 위해서"라고 했다. 이날 오후 골프장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기자에게 盧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이유를 "금고에서 3백억원이 사라진 탓"이라고 주장했다.

-선봉술씨에게 준 돈은 대가성이 있지 않았나.

"내가 왜 대가를 바라고 돈을 주나. 나는 소위 386을 비롯한 대통령 측근들에게 '돈 문제만큼은 깨끗해야 한다'고 다그치는 입장이다. 宣씨는 유혹에 많이 넘어갈 위치에 있었지 않으냐. 징징거릴 때 그냥 두면 다른 곳에서 부정한 돈을 받는 등 사고칠까봐 예방 차원에서 도와줬다."

-어떻게 줬나.

"지난해 11~12월 네 번에 걸쳐 현금으로 빌려줬다. 2억, 1억, 3억5천, 3억원씩이다. 일부는 회사 돈이고 일부는 내 돈이다. 관련된 회계장부를 모두 검찰에 제출했다. 난 원래 집에 현금으로 5억~10억원을 두고 쓴다."

-이 사실을 盧대통령에게 얘기했나.

"그런 것은 얘기하지 않는다."

-민주당 금고가 비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는데.

"그렇다. 장부상으론 돈이 있는데 실제로는 없다는 건 중대한 일이다. 구주류는 '관행'이라고 언론플레이하는 것 같던데, 기업에선 1억원만 없어져도 난리가 난다. 대통령이 (나에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말 (민주당은)강도 같은 놈들이다. 확인도 안 되고…. 이런 얘기 못하는 盧대통령이 바보다.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

-盧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에 교감이 있었나.

"난 대통령 의중을 꿰뚫어 보는 사람이다. (盧대통령의)언급은 없었지만, 정황상 이 문제가 탈당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을 나온 것이지 배신한 게 아니다."

-검찰 소환을 앞두고 대통령에게 연락했나.

"안 했다. 난 측근 중의 측근으로 마음을 터놓고 서로 막말도 하는 사이다. 또 대통령 측근 중 가장 부자다. 대통령도 내가 성격이 곧고 무슨 일을 해도 정도(正道)를 걸을 놈이라 믿으니 신경도 안 쓴다."

-부부동반 골프까지 쳤는데, 盧대통령과의 친분은 어느 정도인가.

"골프치는 사이라면 자주 보는 사이가 아니냐.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만나기도 한다. 청와대에 언제든 들어갈 수 있지만, 내가 싫어 가지 않는다. 盧대통령이 당선된 후 '빈 손으로 가서 빈 손으로 나오라'고 했다. (임기가)끝나면 평생 먹고 살게 해주겠다고 했다."

-최도술씨 비리는 어떻게 생각하나.

"장사하다 쫄딱 망해서 盧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사무장하면서 빌붙어 살던, 덜렁거리며 잡심부름이나 하던 사람이다. 그런 자까지 盧대통령이 책임질 수는 없다."

-盧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몇 명인가.

"안희정.이광재를 포함, 5~6명 정도다. 安씨가 돈 문제는 깨끗할 것이다."

-향후 계획이 있나.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싶다. 해외로 출국해 (대통령 퇴임에 맞춰) 4년 후쯤 돌아오는 것도 생각 중이다."

전진배.문병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jongta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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