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계획 재조정의 본과 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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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도시에 건설중인 일부 아파트의 부실시공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신도시 건설계획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현장 일부에서 나타난 부실시공은 해당 아파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5개 신도시를 한꺼번에 건설하는데 따른 인력난·자재난등 구조적 요인 때문이고 이같은 부작용은 신도시 건설의 부실화에 그치지 않고 경제전체에 인력난에 따른 임금상승,자재난에 따른 물가상승등 주름을 주고 있으니 계획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사실 신도시건설은 계획단계에서부터 무리가 많았다. 20만∼30만호 규모의 도시를 몇개씩 건설한다면서 그같은 도시건설에 따른 인력수급,자재수급 등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나 대책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치솟는 아파트값을 잡아야 한다는 눈앞의 목표를 위해 허겁지겁 내놓은 대책이 신도시 건설계획이었으니 전후좌우를 깊이 따져볼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신도시 계획은 인력·자재수급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인구집중과 교통난의 가중,새로운 사회간접수요의 유발등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으나 이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은 처음부터 검토대상에도 들지 못했다.
또 신도시계획과 거의 같은 시기에 잇따라 나온 토초세 입법등 건설유발정책이 인력·자재난을 가중시켜온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들은 한마디로 정부의 정책이 종합적 구도아래 치밀한 세부계획을 갖추지 못한데서 비롯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숱한 문제를 안고 있는 신도시계획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냐는 점이다.
우리가 보기에 신도시계획의 조정에 있어서는 다음의 몇 가지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수급계획과의 관계에서 주택공급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신도시계획 자체가 주택부족을 메우기 위한 것이었고 주택문제 해결이 궁극적으로 공급의 확대에 달려있는 만큼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당초의 목표가 퇴색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신도시건설이 수도권 인구집중등의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추진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면 주택수급의 차원에서 계획의 본질이 바뀌는 사태가 있어서는 안되리라 본다.
두번째는 부실공사로 신도시의 안전성이 문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력·자재난 등으로 튼튼하고 안전한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공기를 늦추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로는 인력난·자재난 등으로 경제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영향을 최대한 줄이도록 해야 한다.
이 문제는 신도시건설에만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전체 경제정책의 테두리안에서 그 수급문제가 종합적으로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 사태는 정책이 관련요인들에 대해 종합적 검토없이 추진된 데서 비롯된 것인 만큼 계획의 재조정도 땜질식의 보완이 아니라 전체 경제정책까지를 감안한 토대 위에서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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