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탁찮은 DJ­JP 감정싸움/문일현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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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 막판에 와서 김종필 민자당 최고위원이 김대중 신민당총재를 고발하고 이에 신민당이 반박하는 등 원색적인 비난이 서로 오가는 것을 보면서 씁쓰레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선거전에서 유독 김대중·김종필 두 김씨간의 공방이 심상치 않았다.
김대중 총재가 먼저 충남을 돌며 김최고위원을 「변절자」라고 비판한게 두 김씨간의 감정싸움의 시발이었던 것 같다.
『야당 하라고 표 찍어줬더니 3당야합을 했다』는게 김총재의 변절논리였다.
충남지방이 공천후유증탓으로 동요하는 눈치도 있어 걱정이던 김최고위원이 발끈해서 뒤쫓아 내려가 김총재를 매도하고 나섰다.
그게 바로 「색깔론」이다.
김최고위원은 3당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3당합당은 흰색은 흰색끼리,붉은색은 붉은색끼리 헤쳐모인 것』이라며 『야당은 화염병이나 던지고 기물을 파괴하는 운동권이나 재야세력을 뒤에서 부추기고 장례식장에서 완장이나 차고 제사나 읽는 무책임한 정당』이라며 야당을 운동권·재야에다 끌어붙여 비난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민당은 밑으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불그스레한 색깔이 진해지고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렇게 되자 신민당측은 『김최고위원은 중앙정보부를 창설하고 야당을 탄압한 사람』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마침 김정일사진이 든 불순유인물이 야당후보 홍보물에 끼여들어 나돌기도 해 이것을 두고 용공이니,구태의연한 조작이니 하는 입씨름도 있었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두 김씨간의 감정을 건드려 6억원 금품수수설이 나고 급기야 명예훼손 고발로까지 번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선거운동이 강경대군 치사사건의 후유증과 맞물리고 정원식 총리사건,분신사건 등이 얽혀 급진적인 운동권논리가 타격을 받은건 사실이다.
안정추구심리를 득표요인으로 삼고 있는 정부·여당이 이를 선거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긴 하다.
그리고 야당 역시 3당통합을 비난하고 선거운동에서 대여공세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그것도 지도급 정치인들이 인신공격형 비난이나 「색깔론」까지 끌어대는 것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날 3공시절의 수법들이 재등장하는 것을 보면 올드타이머들의 구태는 새로운 시대상황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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