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공정위 "KCC 측 신고의무 위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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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영 KCC명예회장이 사모펀드를 이용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매집하면서 금융감독원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절차상의 하자에도 불구하고 KCC가 현대엘리베이터를 기업결합을 통해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증권거래법상 5% 이상 지분을 취득하거나 5%를 초과한 대주주의 지분 변동이 있을 경우에는 감독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鄭명예회장은 그러나 지분을 취득한 펀드의 운영회사인 신한BNP파리바투신의 이름으로만 신고하고 펀드의 투자자는 신고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鄭명예회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주식을 사들였더라도 본인 이름으로 신고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鄭씨 측은 또 지난달 5% 이상 지분을 취득하고도 신고 시한(10월 10일)을 넘겨 지난 4일에야 신고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鄭씨 측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의 제재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주주 지분변동 신고를 위반하면 재신고 시점으로부터 6개월간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 기간 중에는 신한BNP파리바투신이 보유한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의결권 제한과 함께 주의.경고.검찰고발.처분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위반사항이 주가조작이나 경영권 인수와 관련된 경우는 검찰고발이나 주식 처분명령까지도 가능하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단독 사모펀드 투자자의 지분 신고의무 위반으로 금융감독당국이 행정제재를 가한 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사모펀드의 의결권 제한도 법적인 견해차이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있다.

신고의무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KCC가 현대엘리베이터를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모펀드를 통해 갖고 있는 지분을 실제 지분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가 해결되거나 KCC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할 때까지 계열 편입은 미뤄질 수도 있다. 실제론 사모펀드 지분의 의결권을 鄭씨 측이 갖고 있다 하더라도 형식적으로는 사모펀드가 의결권 행사자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사모펀드 보유분을 제외하면 鄭명예회장 본인 및 계열사 명의의 지분이 30%가 안되지만 鄭씨 측이 임원 임면 등 가시적인 경영권 행사를 하면 언제든지 KCC와 현대는 하나의 그룹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정인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30% 미만이더라도 임원 임면 등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면 계열사로 본다는 공정거래법상 규정에 따른 것이다.

임봉수.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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