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만 올릴 우등고속버스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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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교통부는 고속도로에서의 교통체증으로 운행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특성이 없어진 고속버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우등고속버스를 운행한다고 한다.
그 계획에 의하면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좌석 수를 현행 45석에서 27석으로 대폭 줄여 좌석의 앞뒤·좌우의 공간을 충분히 두어 이용자의 편의를 돕고 차내에 유료전화, 온·냉장고 등의 편의시설을 갖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발상들이 현재 우리가 겪는 심각한 교통난 해소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의문이 간다.
왜냐하면 현재 우려의 심각한 교통난이 대중교통수단인 버스나 열차의 부족한 편의시설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 것이다.
게다가 기왕에 한번 운행되는 버스에 승차할 수 있는 교통량을 현행 45명에서 27명으로 줄인다는 것이 더욱 그렇다. 그리고 현행 고속버스의 1.5배가 될 것이란 교통요금도 이용자에 대한 부담은 물론 결과적으로 물가상승을 부추길게 뻔한 일이다.
사실 그동안 중형택시의 등장과 같이 새로운 교통수단이 생길 때마다 서비스개선을 내세웠지만 공염불에 불과한 일이었고, 교통요금 등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된 것은 이미 경험한 사실이다. 차라리 현행 고속버스 시설만이라도 제대로 유지·활용하는 업주들의 성의만 보인다면 승차감에서의 불편쯤은 감내하리라 생각된다.
더구나 현행 고속버스업체에 우등고속버스의 운행을 맡길 계획이라니 운송업자측은 자연 기존의 고속버스보다 새로운 우등고속버스의 배차시간 등 서비스 면에 우선하게 될 것이고 반면 기존의 고속버스에 대한 서비스 등은 등한시될 것이 뻔한 일이다.
그러다 보면 이용자는 어쩔 수 없이 비싼 요금을 주고라도 우등고속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승객유치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행 고속버스나 직행버스도 길이 막힌다는 등의 이유로 배차시간을 어기고 아예 중간의 배차를 빼먹고 다음 차에 승객을 짐짝처럼 몰아가는 횡포를 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우등고속버스의 운행계획은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되므로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석종(회사원·46·인천시 남구 주안8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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