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냑 맛, 그녀의 감각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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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좋은 술을 만드는 일에는 섬세한 감각을 가진 여성이 오히려 유리하지 않을까요."

세계적인 코냑 업체인 프랑스 레미 마틴사의 '셀러 마스터'(Cellar Master) 피에레트 트리셰(52.사진)는 "나의 눈과 입, 코 그리고 판단력이 길게는 100년 후 시판될 코냑의 맛을 좌우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셀러 마스터는 코냑의 원료가 되는 포도의 선별에서부터 와인 증류 원액의 관리, 블렌딩, 숙성 등 코냑 제조 전 과정을 책임지는 최고 책임자다. 트리셰는 코냑 업계의 유일한 여성 셀러 마스터다.

그는 19일 서울 합동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열린 숙성 기간 100년의 코냑 '루이 13세 블랙펄' 소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아버지가 양조장을 운영해서 어려서부터 술에 익숙했었는데 직업도 결국 술 관련 업무가 됐어요. 부전여전(父傳女傳)인 셈이죠."

프랑스 툴루즈 대학에서 생화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트리셰는 1976년 레미 마틴사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했고 2003년 셀러 마스터 자리에 올랐다.

그는 "연구원으로 입사하며 잡았던 최종 목표를 최근에야 이뤘다"며 "30년 동안 셀러 마스터로부터 열심히 배운 결과"라고 말했다.

트리셰는 셀러 마스터가 장인 정신을 요구하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선택한 원료를 이용해 만든 코냑이 100년 후 지금의 코냑과 같은 맛과 향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느 한 과정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냑은 와인 증류 원액을 보통은 5~7년, 고급품은 35년 정도 숙성시켜 만든다.

트리셰는 "코냑의 경우 보통 호박색인데 빛깔이 너무 진한 것은 인공 색소를 넣었을 가능성이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며 "톡 쏘는 향이 너무 강한 것은 숙성이 덜 된 것이어서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냑을 상온에서 마셔도 좋지만 얼음에 넣어 '온 더 락'으로 마시거나 냉장고에 잠깐 넣었다 마시면 별미"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의 주량은 얼마 되지 않는단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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