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세조항 「거세」된 토초세/박의준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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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금을 기한내에 내지않으면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상식」에 속한다.
성실하게 세금을 신고·납부한 사람과 그렇지않은 사람과의 차등을 두는 의미에서도 이같은 제도는 합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납기내에 세금을 내지 못한 사람은 별다른 불만없이 가산세를 내왔다.
그런데 불필요한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하는 것을 막고 부동산투기도 예방하기 위해 마련한 토지초과이득세에 바로 이 「무납부 가산세」 규정이 빠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문제를 놓고 세법의 입안권자인 재무부와 집행기관인 국세청의 입장이 서로 달라 더욱 당혹감을 느끼게 한다.
국세청은 『납세자의 성실납부에 금이 갈 수도 있다』고 우려,토초세법을 고쳐 무납부 가산세규정을 넣어달라고 재무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재무부는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 이 조항을 뺀 것으로 입법과정에서의 착오가 아니므로 이제와서 다시 집어넣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토초세는 세액이 1천만원을 넘을 경우 나눠서 낼 수 있도록 했기때문에 1천만원 미만인 경우 또한 납기를 유예해주는게 합당하다는 논리였다는 것이다.
즉 무납부 가산세조항을 넣으면 가산세가 무려 25%(무신고 10%·무납부 10%·체납 5%)나 됨으로써 그러잖아도 무거운 부담의 토초세부과에 큰 조세저항이 일 것을 우려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토지공개념이란 커다란 틀안에서 「망국병」으로까지 일컬어지는 부동산투기를 잠재우기 위해 마련한 초토세에서만 유독 이 규정을 「알면서도」 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토지공개념관련 3개법중 건설부가 입안한 나머지 2개법은 세금이 아닌 부담금이므로 신고납부의무가 없고 체납에 따른 가산금만 물면 돼 토초세와는 다르다.
정부는 최근 집값이 고개를 숙이는등 부동산투기가 진정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애써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해 제정한 법에 무납부 가산세 제외라는 「특례」를 두었다는 점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항용 그래왔듯 「현실적 충격」을 이유로 본격시행도 되기전에 유야무야되는,있어서는 안될 전철을 또 밟으려 하는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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