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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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극작가 이근삼 교수(62)의 신작 『막차 탄 동기동창』(극단 춘추공연)에서 중견 남자배우 오현경씨(55)와 허현호씨(45)가 역량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14일까지 문예회관소극장). 『막차 탄 동기동참』이 연극팬들의 관심을 끈 것은 「노인문제」라는 희귀한 소재의 창작초연이라는 작품의 내용과 중견배우의 실감나는 연기가 잘 어울려 여러모로 연극의 참 맛을 자아냈다는 점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환갑을 맞은 국민학교 동창 두 노인의 만남과 대화가 전부다. 양념감으로 20대 미모의 현대적 무당이 등장해 지루해지기 쉬운 극 전개를 가끔씩 환기시키지만 어디까지나 기술적 수준이지 주제와는 무관하다.
한적한 시골에서 조용히 살아가고자 하는 꼼꼼한 노인에게 활달한 장사꾼출신 친구가 찾아온다.
47년만에 만난 두 친구는 지금까지 살아온 대조적인 삶의 차이를 넘어 47년 전 국민학교 얘기로 가까워진다. 하지만 극 전개는 두 사람간 경험과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으로 계속된다. 이민간 아들얘기, 대학동창얘기, 옆집 무당에 대한 공연한 질투 등 극히 일상적인 화제 속에 두 사람은 사사건건 대립하지만 그 모든 갈등도 인생의 막차에 함께 탄 동반자라는 동료의식 속에 녹아든다.
극작가 이 교수는 『나이 들면 누구나 느끼고 생각하는 문제를 썼다』고 한다. 3년 전 환갑을 앞두고 썼던 작품인지라 극중의 대사 하나 하나가 모두 작가 자신의 생활인 듯 생생했다.
작품의 묵직한 메시지는 코믹한 전개로 부담을 덜어주었다.
섬세하고 꼼꼼한 노인역을 오현경씨가 자진해 맡아 오랜만에 무대에 섰다. 까탈부리는 퇴직공무원역을 깔끔하게 보여준다. 상대역인 허현호씨의 털털한 연기도 잘 어울리며 대조적 연기스타일까지 보여 주었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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