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우리 출판문화에 새 이정표가 될 4단계 과정을 거친 번역서가 나왔다.
화제의 책은 『칼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전6권 중 제1권. 독일 디츠출판사가 1970∼72년 발간한 동명의 선집 제1권을 완역한 것.
『그 동안 마르크스주의 원전 번역서들이 특정 시기·특정 주제에 편중되고 번역도 대부분 졸속, 나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을 원전에서 멀어지도록 만들어 마르크스 원전 출간은 한때의 반짝 붐에 그치고 말았다.』
고문으로 숨진 고 박종철씨의 뜻을 기려 지난해 설립된 「박종철 출판사」가 이 선집을 첫 책으로 내놓으면서 한 발간사의 첫머리다.
사회과학 서적의 퇴조를 가져온 주요 요인 중 하나인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 출판사가 기울인 노력은 대단하다.
▲l차로 초역자가 직역을 하고 ▲이를 토대로 책임번역자가 재번역 ▲이 재번역 원고를 가지고 마르크스 사상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독일어를 구사할 줄 아는 독자집단과의 토론을 통해 용어 및 내용을 조정한 뒤 ▲최종적으로 감수자의 치밀한 검토를 거치는 등 정확한 번역이 되도록 하기 위해 4단계를 거쳤다.
또 중역에서 오는 오역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원전만을 텍스트로 했고, 책임번역자를 따로 두는 한편 초역과 재번역 과정에서 가능한 한 모든 대본들(독일어·영어·프랑스어·일어·기존 한글본 포함)과 한 문장 한 문장 일일이 비교했다.
연대순으로 편집된 이 책은 1843년에서 1849년까지의 주요 저작들과 편지들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헤겔 법철학비판서설」 「경제학 철학 초고」 「신성 가족」 「독일 이데올로기」 「철학의 빈곤」 「공산당 선언」 「부르좌와 반혁명」 「임금노동과 자본」 등이다.
또한 무책임한 변역·중역들이 범람하는 시점에서 이 책의 엄격한 번역정신은 우리 출판계에 시선한 자극을 던져주고 있다. <김세균 감수·최인호 외 옮김·6백96쪽·1만5천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