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 마라톤엔 삶이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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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1일 오전 9시30분(현지시간), 뭄바이를 달구는 태양은 아침부터 뜨거웠다. 기온이 섭씨 30도에 이르렀다.

35㎞ 지점. 평탄하던 도로에 산처럼 오르막길이 버티고 섰다. 걷기에도 숨이 찬 길을 더위에 지친 마라토너들이 죽을 힘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인도의 고도(古都) 뭄바이에서 열린 '스탠다드 차타드 뭄바이 마라톤'은 '지상 최대의 레이스(The Greatest Race on Earth)'라는 대회 로고처럼 가장 혹독한 레이스였다. 이때 나타난 500m의 오르막 언덕은 선수들에게 결정타를 날린다. 선두 그룹은 언덕을 지나며 절반으로 줄었다.

당연히 기록도 좋지 않다. 1위 기록이 2시간12분27초(존 켈라이.케냐)였다. 초청 선수인 한국의 문병승(26.음성군청)은 자신의 기록(2시간17분18초)에 훨씬 못 미치는 2시간29분12초에 들어왔다. 그럼에도 뭄바이 마라톤 코스는 삶을 담고 있다. 아라비아해를 끼고 달리는 해변 코스는 초현대식 호텔과 거부들의 저택이 늘어 서 있다. 이후 2차로의 뭄바이 시내로 접어들면서 노숙인들이 손을 흔들었고, 양철 판자촌에서 아이들이 뛰어나와 선수들과 함께 달렸다.

뭄바이=이충형 기자<adche@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뭄바이 마라톤=인도 뭄바이에서 열리는 총 상금 150만 달러(약 1억4000만원) 규모의 국제 마라톤 대회. 다국적 은행 스탠다드 차타드가 매년 개최하고 있다. 4회째인 올 대회엔 엘리트 선수와 일반인들을 합쳐 3만여 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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