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56년 만에 중국과 수교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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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교황청이 20일 중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른 시일 내 양국 수교 의지까지 피력했다. 중국의 막강한 국제적 영향력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황청은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 공산당 정부와 과거의 '오해'를 극복하기 위해 건설적 대화를 원하며, 중국과의 완전한 외교관계 수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중국 공산정권 수립 직후인 1951년 대만을 인정하며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이번 성명은 19~20일 바티칸에서 대(對)중국 정책을 논의한 직후 나왔다. 이번 회의는 교황청 국무장관인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이 주재했으며 조셉 천(陳日君) 홍콩 추기경도 참석해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명은 또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중국과의 수교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으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친서를 조만간 중국 천주교계에 보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의에 교황은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명은 중국 정부에는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면서도 중국 지하교회 신자들에 대한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성명은 "중국의 주교.신부.신자들이 타협을 거부하며 많은 경우 극한 고통 속에서도 성 베드로에 대한 믿음을 유지한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중국천주교협회 류바이녠(劉栢年) 부회장은 "중국 대륙에 대한 복음 전파는 교황의 신념이며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과 국력을 생각할 때 양측 수교는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교황청은 18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중국이 독자 선출한 광저우(廣州) 교구의 간쥔추(甘俊丘) 신부의 주교 서품을 승인하며 중국에 화해 제스처를 보였다. 중국과 바티칸 관계 정상화 논의는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바티칸 당국의 승인 없이 쉬저우(徐州) 보좌 주교에 왕런레이(王仁雷) 신부를 일방적으로 임명하면서 중단됐다. 현재 중국에는 교황청을 따르는 1000여만 명의 천주교 지하교회 신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승인한 삼자(三自)교회에 다니는 신자들도 500여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교황청과 수교 관계를 맺고 있는 대만은 교황청의 성명에 대해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대만 외교부는 21일 "교황청이 발표한 성명의 주요 내용은 중국의 종교적 자유를 촉구하는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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