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핵폭탄 1개 폭발한 위력 "지하에 탱크 지나가는 줄 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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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8시56분 발생한 리히터 규모 4.8의 지진 진앙지인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과 용평면 지역 주민들은 21일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는 피해를 본 데다 이번 지진으로 공포의 밤을 보냈다.

횡계 로터리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함봉호(47)씨는 "갑자기 '우르릉 꽝'소리가 나면서 식당 전체가 흔들려 인근에서 가스가 폭발한 줄 알았다"며 "이런 지진은 생전 처음인 데다 강릉에 있는 자녀가 걱정돼 급히 횡계를 떠났다"고 말했다.

횡계리 빌라 4층에 살고 있는 남모(40.여)씨는 "땅속에서 중장비가 집을 부수는 듯한 엄청난 소리와 함께 진동으로 몸이 흔들리고 거울과 벽시계가 떨어져 너무 놀랐다" 며 "겁이 나 밖으로 나가 보니 주민들이 모두 나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평창읍 평창군청에서 당직근무 중이던 한 공무원은 "3층 사무실에서 일하던 중 건물이 흔들리면서 책상이 덜커덩거리며 요동쳐 손으로 꽉 붙들었는데도 진정이 안 돼 너무 무서웠다"고 전했다.

도암면 인근 용평면 속사리 김창규(50) 이장은 "탱크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 뒤 20~30초 동안 집이 흔들리면서 액자가 벽에서 떨어졌다"며 "놀라 마을로 가 보니 수퍼마켓에 진열된 물건들이 떨어져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2014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용평리조트도 상황은 긴박했다. 지진이 발생한 같은 시간 18개 리프트 가운데 레드슬로프의 리프트가 갑자기 멈춰섰다. 스키장 측은 긴급 안전점검을 해 5분 만에 다시 가동시켰으나 여진이 우려되자 오후 10시 시작되는 심야 스키를 전면 중단했다. 용평리조트 타워콘도미니엄 등 리조트에 투숙했던 10여 명의 스키어는 건물과 주방의 컵과 식기가 흔들리자 불안을 느껴 남은 일정을 포기하고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갔다.

평창지역 주민들은 최초 지진이 발생한 뒤 모두 세 차례 여진이 진행돼 불안감 속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

평창=이찬호 기자,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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