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중진 「불공명감추기」 회담/전영기 선거특별취재반(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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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1시간 동안의 여야 중진회담은 우리 정치에 대한 불신의 책임이 바로 이들에게 있음을 느끼게 했다.
민자당의 김윤환 사무총장·김종호 원내총무·나웅배 정책위 의장과 신민당의 김봉호 총장·김영배 총무·조세형 의장 등 양당 3역이 이날 회담의 면면이다.
그들은 왜 모였는가. 공명선거실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회담이 끝나고 양당 총장들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부정·타락·혼탁선거를 막는데 인식을 같이한다 ▲허위사실 유포·금품살포·선물배포하지 않고 공정한 선거관리에 상호 노력한다 ▲문제가 있을때 양당 총장회담을 열고 필요한 경우 실무협의회를 소집하는 문제를 결정하기로 한다.
민자당의 무소속후보 사퇴압력과 현역의원의 공천헌금관련 구속사태로부터 비롯,신민당의 특별당비 시비로 이어지는 부정선거운동의 큰 줄기들이 「중진회담의 합의문」에서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인식을 같이 한다든가,상호 노력한다든가,1주일도 안남은 선거기간을 두고서도 「필요하면」「문제가 있을때」 등의 정치수사나 늘어놓고 점잔을 빼고 있는 것이다.
혼탁선거의 주체들이 『상호 인식을 같이했다』는 내용은 차라리 유권자를 우습게 아는 기만이라는 인상마저 풍겼다.
이날 토의중 합의문에는 넣지 않았던 부분으로 신민당측이 「특별당비」 부분에 대해 『정당운영에 관한 사항을 사법처리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문제있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민자당측이 『법 이전에 너그럽게 정치권내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고 동의한 대목이 있었다.
모임이 공명선거추진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권에 쏟아지는 비난속에 서로를 감추고 감싸주기 위해 마련된게 아니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선거때마다 여야가 공명선거를 다짐하고 무슨 공동감시기구니,협의기구니 하며 만든다. 그러나 그것이 「불공명」의 위장밖에 되지않았던게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이제 공명을 다짐하자고 공식모임까지 가졌으니 지금까지 드러난 양당의 명백한 큰 잘못·추문 등에 대해 먼저 유권자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게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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