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판사 "선정적 보도가 사법부 권위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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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가 사법부 권위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려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오마이뉴스가 20일 보도했다. 판결 불만으로 현직 판사를 공격한 '석궁테러' 사건이 글감이 됐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정진경 부장판사는 19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법관에 대한 테러사건과 관련해'라는 글에서 "판결문조차 검토하지 않고 기사를 쓰는 기자들의 무모함을 이해할 수 없다"고 썼다. 그는 "송사에서는 반드시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민들이 지나치게 원고(김명호 전 교수)의 말에만 경도돼 사법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법원은 쟁점과 관련한 양자의 입증을 비교해 승패를 결정한다"며 "그런데 이번 재판의 주된 쟁점은 대학의 재임용 거부가 대학입시 문제의 오류지적과 관련한 보복인지가 아니라, 대학의 낮은 평정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간제 교수임용제를 허용하는 이상 재임용 여부는 대학의 재량이고, 원고의 기대권을 침해했다고 볼 만한 입증이 없는 한 원고가 패소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피고 김명호씨가 그 입증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정 판사는 "이번 소송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정과 그에 따른 소급입법 등이 있어 정확하게 청구취지와 원인을 정리하는 것이 변호사로서도 쉽지 않은 사건"이라며 "그런데도 원고는 변호사도 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경우 당사자는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하고 비난하며, 아직도 온정주의와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우리사회는 판결보다 그들의 주장을 믿고 싶어 한다"고 했다.

그는 "사법부는 국민과 직접 교통할 수단이 막혀 있으며,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는 끊임없이 사법부의 권위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어떻게 판결문조차 검토하지 않고 기사를 쓸 수 있었는지 판사인 나로서는 기자들의 무모함을 이해할 수 없다"며 언론을 정조준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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