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대표 진충국 기자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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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서 핵공격 하지 않겠다」약속했다/협정문은 내용 안바꾸고 문구만 수정”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이사회에 북한대표로 참석중인 진충국 순회대사는 11일 회의장인 빈 국제센터에서 한국기자들과 공식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회견에서 진대사는 ▲남한배치 핵무기철거 및 미국과의 직접협상 ▲전면 핵사찰 수용여부등 북한측의 진의파악과 관련,논란을 빚고있는 문제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핵협상문제를 다루고 있는 북한의 고위당국자가 이러한 점들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 가운데 일부 모호한 부분들이 있어 시각에 따라 여러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을 낳고있다.
이날 회견내용 가운데 관심을 끄는 부분만을 간추려 싣는다.
­진대사가 IAEA 사무국측에 핵안전협정체결에 동의키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데 이는 북한이 협정에 서명,핵사찰을 받겠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은가.
『다음달 우리측 전문가대표단이 이곳에 와서 IAEA측과 표준협정문에 따라 최종협정안을 작성하고,이를 9월 정기이사회에 올려 승인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표준협정문에는 언제 서명하고,발효는 어떻게 하며,사찰은 어떻게 받는다는 것 등이 다 나와 있는데 다 그대로 하겠다는데 왜 자꾸 의심을 갖는지 모르겠다.』
­서명은 언제쯤 하게 될 것으로 보는가.
『9월 이사회를 거쳐 가능하면 빨리 체결하자는게 우리측 입장이다.』
­표준협정문 그대로 다 한다면 굳이 협상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최종 문구조정을 위한 것이다. 문구을 정확히 하지 않으면 해석상의 문제를 낳을 수 있으므로 조선말로도 문구를 정확히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표준협정문의 본질적 내용자체에 어떤 변화를 가하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
­협정문 서문에 주한미군 핵무기 철거문제를 삽입해야한다는 종래 요구를 철회했다고 봐도 좋은가.
『표준협정문대로 하되 약간의 문구조정만 하자는 것이다.… 남조선에 배치된 미군핵무기철거를 요구하는 우리의 주장은 정당한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핵안전협정서명을 미뤄오면서 내세운 가장 큰 요구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법적보장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북한이 협정체결에 동의했다는 것은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인가,아니면 그 요구자체를 포기했기 때문인가.
『미국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담보협정(핵안전협정)을 체결하면 미국은 우리측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담보할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이점은 우리와 미국이 협상할 문제다. 이미 내가 이곳으로 떠나기 열흘쯤전(5월말)미국대표단이 평양에 왔다갔고,안보문제를 취급하는 또 다른 대표단이 이달말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알고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을 불신해 왔는데 어떻게 확실한 보장도 없이 미국말을 믿을 수 있는가.
『부시 대통령도 수표(보증)한다고 그랬다.…』
­남한배치 핵무기문제에 관한 북한과 미국사이의 모종의 양해가 성립됐고,이에 따라 북한이 협정에 서명키로 했다는 뜻인가.
『아니,… 앞으로 계속 협상이 이루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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