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모아 줄테니 돈좀 내놔라”/후보들 유권자에 시달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계모임등 앞세워 노골적 요구/모른체 못해 “타락” 빚어져/하루에 전화 20여건… 찾아와 손벌리기도
광역의회선거전이 본격화 되면서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금품요구에 크게 시달리고 있다.
유권자들은 계모임·친목회·조기축구회·동창회·노인정·부녀회 등 각종 친목단체를 내세워 『표를 모아줄테니 회식·야유회·관광경비 등을 지원해달라』며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어 후보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이같은 요구를 모른체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유권자 타락행위가 후보타락을 유발하고 타락선거를 부추키고 있다.
경남 마산시 김모후보(45) 사무실에는 『아파트 부녀회모임에 경비지원을 해달라』『마을주민 관광여행에 경비를 보태달라』는 등 금품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전화가 하루 20∼30건 걸려와 이를 다 들어주지 못해 승강이가 벌어지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
강원도 속초의 출마자 최모씨는 주민들이 『모임인원이 수십명인데 술값을 찬조해주면 표를 모아주겠다는 노골적인 요구를 모른체 할 수 없어 망설이고 있는 형편』이라고 실토하고 『다른 후보들도 비슷한 처지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경기도 용인의 김모후보는 선거구내 친목회·동창회·노인정 등에서 하루 10여명이 사무실로 찾아와 경비지원이나 관광·회식을 시켜달라고 요구해 애를 먹고 있으며,제천시에서는 주민 10여명이 식당에 모여 후보측에 대표자를 보내 회식비로 1인당 3만∼5만원씩 요구하다 거절당했다.
대전시 성남동 부부계원 30명은 모후보측에 야유회를 간다고 경비지원을 요구,경비전액을 지원받았고 인근마을 부녀친목계원 40명은 3일 관광을 떠날때 모후보에게 버스대절비를 내놓으라고해 후보측이 진땀을 뺐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금품요구는 대도시 접전예상지구일수록 심해 대구시 수성구 이모 후보는 6일 열린 어린이합창대회의 행사찬조금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고,달서구의 김모후보는 친목단체회장으로부터 『야유회를 가는데 차량 지원을 안해주면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은근히 압력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수원의 모후보는 각종 친목단체들로부터 『놀이를 가는데 나와서 인사 좀 해달라는등 금품요구에 시달려 면담을 요청하는 유권자들을 만나기가 겁이 날 정도』라며 『유권자의 금품요구가 「후보타락」을 유도하고 타락선거를 조장하는 큰 요인이 된다』고 우려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